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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청년들 “열심히 일하면 사장 원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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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2 16:17:37 수정 : 2020-11-23 09: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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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화’, ‘다공런’ 등 냉소적인 단어로 힘든 현실 표현
中 “경제 발전으로 청년에 기회 보장” 주장과 괴리감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취업난과 부의 격차 등에 따른 좌절감과 무력감 등을 대변하는 냉소적인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 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와 위챗(카카오톡) 등에서  ‘퇴화(內卷·네이 주안)’, ‘다공런(打工人·블루칼라 노동자)’, ‘베르사유 문학’ 등의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퇴화’는 추가 입력해도 더이상 출력을 할 수 없는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 단어다. 하지만 대학 졸업장을 가진 청년들 사이에선 870만명의 졸업생들이 제한된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더이상 고등교육 졸업장과 기술이 더 나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급속한 발전으로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보장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에서 청년들은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 격차 등으로 경제적 지위에 오르지 못하거나, 개인적인 힘으로는 부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공런’이란 단어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전엔 공장 등 육체 노동자, 특히 농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올라온 이들을 말하는 단어였지만, 사무직 근로자들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힘든 직장생활을 자조적인 의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엔 두 명의 노동자가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사장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의 만화가 인기를 얻기도 했다.

중국의 연중 최대 할인판매 행사인 ‘11·11(쌍십일·솽스이) 쇼핑축제’를 앞두고는 ‘백천타공인, 만상미관인(白天打工人, 晩上尾款人)’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낮에 일해서 힘들게 돈을 버는 평범한 월급쟁이가 밤에 쌍십일로 쇼핑을 하면서 잠깐 행복하지만, 결국 많은 돈을 물품 대금을 지불해야 돼 힘든 생활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옥스퍼드대 인류학자인 샹 비아오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더라도 경쟁할 수밖에 없고, 그 끝에 도달해도 기본적인 기대조차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선 자신의 부와 성공을 웨이보 등에 과시하기 위해 올린 글을 ‘베르사유 문학’으로 부르고 있다. ‘내 몸무게가 어제보다 1㎏이나 무거워졌어? 아, 내 보석을 떼는 걸 잊었어’, ‘남자 친구가 분홍색 람보르기니를 주었는데,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등과 같은 자신의 부나 지위를 의도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방식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칭화대 사회학 옌페이 교수는 “청년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여전히 그들의 삶을 개선 할 수 없다”며 “이런 용어가 많은 중국 청년들이 느끼는 일종의 무력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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