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 정제시설에 자원시설세 부과 내용
처리되면 연간 1775억원 부담 떠안아
업계 “수입 석유제품 제외 역차별 우려
규제로 시설 투자하는데… 과하다” 주장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 돌입… 결과 주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정유업체들이 또 다른 위기감에 휩싸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체들은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지방세 강화 법안에 긴장하고 있다. 법안은 유류 정제시설 등에서 생산된 제품과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정유업계가 지방세를 추가로 내게 하는 게 골자다. 입법이 되면 정유업계는 지난해 생산량 기준으로 연간 약 1775억원의 조세 부담을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은 지난 6월 석유류 정제·저장시설 및 천연가스 제조시설이 위치한 지자체가 해당 업체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석유류 시설의 생산량 또는 반출량 기준 제품 1L당 1원을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석유류 정제·저장시설과 천연가스 제조시설이 위치한 지자체에 외부불경제를 유발하고 있으나 지역자원시설세의 과세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화력, 원자력 등의 발전소를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각 발전사에 전기 1㎾당 0.3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고 있다. 전력수급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환경오염, 경제적 피해, 주민 건강 위협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시설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정유업계는 해당 법안이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입해 쓰는 석유제품에 대한 세금은 매기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국내 제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환경과 관련해서는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국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이미 납부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김 의원은 지난 19·20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지방세 확충이라는 점에서 해당 법안을 지지했으나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불필요한 추가 과세며 업계에 과중한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정부 부처와 국회의 의견 조율 실패로 법안은 계류 끝에 결국 폐기됐다. 김 의원은 21대 당선 이후 이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인천과 울산 등 관련 시설이 있는 지역구 의원 10여명도 동참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희재 의원이 지난 8월 발의한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유사하다. 통과될 경우 정유업계는 약 170억원의 지방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 법안은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유해화학물질 취급 주체에게 취급량 1㎏당 1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해 안전관리·환경보호사업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업계에선 유해화학물질 관리 규제 관련 화학물질관리법의 시행으로 강화된 기준 충족을 위해 지속적인 시설투자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세까지 하게 되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다. 또 이러한 부분이 판매가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4일부터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해당 법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25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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