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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캠프촌·국경 폐쇄 … 난민에 더 혹독한 팬데믹

입력 : 2020-12-22 06:00:00 수정 : 2020-12-21 23: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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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 국제사회 지원 호소
코로나로 2020년 들어 각국 난민 배척 심화
실향민 등 강제 이주민 8000만명 육박
제3국 재정착 1만여명… 2019년 절반 그쳐

마스크 착용커녕 거리두기 힘든 난민촌
최소 3만3900명 감염… 321명 사망 집계
‘설립 70돌’ UNHCR 역할 더 중요해져
135개국 1만7000여명 직원 구호 앞장
지난 12일(현지시간) 수단 동부 카다리프 난민 캠프에서 에티오피아 티그리냐족 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비정부기구(NGO)로부터 쌀과 콩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난민 캠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카다리프=AP연합뉴스

지난 14일 유엔난민기구(UNHCR)가 설립 70주년을 맞았다. UNHCR는 지난 70년간 5000만명이 넘는 난민의 목숨을 구하고 삶을 변화시켰다. 뜻깊은 해이지만 축하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크고 작은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적지 않은 국가들이 국경 문을 걸어 잠가 난민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난민을 비롯한 강제 이주민은 올여름 80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UNHCR 역할이 더 중요해지면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 협력도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3년짜리 한시 기구로 닻 올려… 노벨평화상 두 번 수상

UNHCR는 1950년 12월14일 제2차 세계대전으로 발생한 유럽 난민 문제에 대처하고자 설립됐다. 원래는 3년 안에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1953년 해체될 예정이었다. 그 뒤로도 세계 곳곳에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70년간 존속했다.

강제로 고향을 떠나 국경을 넘은 난민들이 고국에 돌아가거나 현지 또는 제삼국에 정착할 수 있게 돕는다. 난민뿐 아니라 사실상 난민인 난민 신청자, 강제로 고향을 떠났지만 국경을 넘지 않은 국내 실향민 등 강제 이주민을 보호하고 지원한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54년과 1981년 노벨평화상을 두 차례 받았다. 그사이 조직은 커졌다. 출범 당시 33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현재 135개국 1만7000여명이다. 예산도 30달러에서 올해 90억달러(약 9조9000억원)를 넘어섰다.

UNHCR는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12월 스위스 정부와 함께 제네바에서 제1회 글로벌 난민 포럼을 연 게 대표적이다. 난민 문제를 다룬 첫 국제회의였다. 2018년 유엔 총회가 채택한 난민 글로벌 콤팩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했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대표는 UNHCR 70주년을 맞아 홈페이지를 통해 “현 상황에서 UNHCR 역할은 중요하지만 역설적이게도 UNHCR는 존재해선 안 된다”며 “국제사회는 UNHCR가 진정으로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시리아 등 난민 장기화… 코로나 팬데믹 ‘설상가상’

그란디 대표의 바람과 달리 UNHCR 역할이 축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UNHCR가 최근 발표한 2020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30일 기준 강제 이주민은 약 7990만명으로 추산된다. 세계 인구(약 80억명)의 1%로,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이 중 난민은 2640만명, 난민 신청자는 420만명으로 각각 추정된다. 국내 실향민은 4570만명, 베네수엘라를 떠났으나 난민을 신청하지 않은 베네수엘라인은 360만명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난민 약 570만명을 제외한 나머지 난민의 67%는 시리아인과 베네수엘라인, 아프가니스탄인, 남수단인, 미얀마인이다. 그만큼 난민 문제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1979년 소련과의 전쟁으로 발생한 뒤 무장반군 탈레반의 발호 등으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시리아 난민도 내년이면 발생한 지 10년이 된다.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 문제도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해 4월엔 168개국이 국경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폐쇄했고, 90개국은 난민 신청을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제삼국에 재정착한 난민은 1만74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난민들은 코로나19 감염에도 취약하다. 구호물자를 받으려면 줄을 서 다닥다닥 붙어 있어야 한다. 난민 캠프 내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지난달 말 기준 난민 등 강제 이주민과 무국적자 최소 3만3900명이 코로나19에 걸렸고 그중 321명이 숨졌다.

◆한국,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뒤 인식 소폭 개선

지난 70년간 한국의 역할과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지난 10월엔 로힝야족 난민을 위해 1000만달러(약 110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제임스 린치 UNHCR 한국대표부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다른 168개 국가와 달리 난민 유입을 막은 적이 없다”며 “2021년에도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지속적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난민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은 과제로 꼽힌다. UNHCR와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성인 1016명을 조사한 결과 난민 수용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33%, 반대한다는 답변은 53%를 기록했다. 2018년 6월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당시 찬성 24%, 반대 56%였던 점을 감안하면 조금 개선됐다. 난민 인지도 역시 소폭 상승에 그쳤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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