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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민연금 존재 이유 ‘국민 행복’… 조직 쇄신은 ‘사람 중심’ 돼야”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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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23 06:00:00 수정 : 2020-12-23 10: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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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노후생활 보장이 최우선 목적
적정 급여수준·사각지대 없게 살펴야
재정적 소요 문제도 함께 해결할 필요

국민연금 개혁은 늦출수록 힘들어져
출산율 하락·저성장, 연금 고갈 앞당겨
초당적 협의체·논의기구 구성 급선무

코로나 여파 취약층 지원책 당면 과제
보험료 제때 못내… 부담 경감 등 노력
특수고용직도 연금 가입자 편입 추진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사립고등학교 윤리 교사로 사회 첫발을 뗐다. 1980년대 후반 ‘참교육운동’ 분위기 속에 교육행정과 정책 개선에 힘을 보태기 위해 행정고시를 치러 교육부 공무원이 됐다. 4년쯤 지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교육행정의 한계를 느껴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으로 옮겼다. 재정 제도와 예산시스템을 열심히 배워 돌아오겠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후 기재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발전소(한국동서발전) 사장까지 했다가 기재부 2차관을 역임하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나가는 등 다양한 인생 스토리를 썼다. “공무원이 안 됐으면 교사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얘기다. 지난 8월 31일 국민연금 17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막중한 과제가 적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 추진을 위한 동력을 살려내고,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 등의 노후보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흔들린 조직 기강을 다잡고, 국민연금이 세계 최고가 되도록 기반도 다져야 한다. 김 이사장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는 ‘국민 행복’이고, 조직 쇄신은 ‘사람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이사장이 지난 18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국민연금제도 운영과 취약계층 보호, 공단 조직 쇄신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이사장 취임 후 4개월 정도 지났는데 어땠나.

 

“국민연금이나 사회복지에 대해 기본 개념은 있었지만 막상 와보니 공부할 게 많더라. 취임 전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일부 직원의 일탈(대마초 사건)을 계기로 조직과 인력, 제도운영 전반을 샅샅이 점검해 혁신하는 작업에도 힘썼다. 전반적으로 국민연금의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구성원들과 어떻게 잘 공유할 수 있을지 고심 중이다.”

 

―2018년 국민연금 개혁안이 제시됐다가 무산됐는데.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적정한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급여 수준은 적정한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잘 살펴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그러려면 재정적 소요가 만만치 않다. 이런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아 (2018년 11월) 4가지 개혁방안이 제시됐다. 모두 재정부담을 고려하면서 적정 노후보장을 위한 것인데 단일안으로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다.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이후 사회적 합의기구인 경사노위에서 완전 합의안은 아니지만 사회적 논의의 기초가 될 만한 3가지 대안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사장이 생각하는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서 개인적인 방안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늦추면 늦출수록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출산율 하락 등으로 인구구조가 나빠졌고, 저성장·저금리로 연금고갈 시기가 당겨지고 있다. 국정감사 때 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 초당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와 논의기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한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 대선 국면으로 가는 등 문재인정부에서도 연금 개혁이 좌초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좌초가 아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2003년 국민연금발전계획이 나왔고 논의를 거쳐 4년 뒤 2007년 달성됐다. 이번 개혁도 시간을 두고 논의하면 될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양극화 심화, 취약계층의 어려움 가중이 우려된다. 이들의 노후보장을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뭔가.

 

“취약계층 사각지대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사각지대는 양적·질적인 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질적인 면은 혜택을 받는 데 충분치 않으니 보장 수준을 높이는 문제다. 연금 급여 수준이 충분치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유는 국민연금 역사가 짧아 가입 기간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레딧 제도다. 실업크레딧, 출산·군 복무 크레딧 등을 통해 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자체가 어려운 분들이 있다.

 

“양적인 사각지대가 이 부분이다. 약 460만명이 소득이 없어서 국민연금을 내지 않거나, 소득은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한다. 이 부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12년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시작했다. 보험료의 최대 90%를 국가가 지원하면 나머지를 사업주와 근로자가 나눠 부담하는 것이다. 최근 일용 단기근로자들을 연금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월 8일 이상, 60시간 이상 근무하면 사업장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 기준도 까다로워 앞으로는 월소득 215만원 이상이면 근로일수 등에 관계없이 사업장 가입자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도 특수고용직 등 사각지대가 남는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1국민 1연금’이다. 특수고용직은 근로자 신분을 인정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정부가 이들도 고용보험으로 편입시키려고 하고 있다. 고용보험에 발맞춰 연금도 사업장가입자로 편입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이들 외 도시자영업자와 가정주부도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제도 자체가 소득수준 낮은 분들에 더 많은 혜택을 가게 설계돼 있어 양극화, 부익부빈익빈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다. 가능한 한 많은 분을 끌어들여야 한다. 전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가입대상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

 

―취임사에서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법제화를 언급했다. 추진 방안은.

 

“현행 국민연금법에도 연금급여의 안정적 지급을 위한 국가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소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이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의 지급보장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법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지급보장 명문화도 국민연금 개혁방안과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

―기금운용 방향은.

 

“공단의 역할은 제도 운영이 먼저이고, 기금운용은 수단이다. 기금은 공공성, 수익성, 안정성, 유동성, 지속가능성, 운용독립성 6가지 원칙에 따라 운용된다. 시장 평균 수익보다 약간 높은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 현재까지 국민연금 기금 1000조원(지난해까지 연금급여로 220조원 지급) 중 400조원이 기금운용 수익으로 조성된 것이다.”

 

―올해 운용은 어땠나.

 

“상반기에는 코스피 지수가 1400까지 떨어지는 등 여건이 어려워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하반기에 회복돼 큰 이변이 없으면 올해 수익률이 7% 내외로 전망된다. 작년에 기금 자산 규모 700조원을 돌파했는데, 올해는 800조원 돌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창립 33주년 기념식에서 적극적 수익 창출을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앞으로 10년, 2030년까지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보다 많다. 여기에 기금운용 수익은 별개다. 신규재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다른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자산운용을 할 수 있는 시기다. 연기금 운용에서 앞으로 10년이 중요한 시기다. 더욱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을 쓸 수 있다. 해외투자를 늘리려고 한다.”

 

―그만큼 운용 전문인력이 필요할 텐데.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역량이 필요하다. 양적으로는 해외투자 쪽에 인력 조직이 아직 미흡하다. 향후 4년간 200명 정도 더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만 40명 뽑는다. 개개인의 능력 향상도 중요하다. 해외 유수 연기금 및 기관투자가, 글로벌 자산운용기관들과 전략적 제휴, 공동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람을 직접 보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투자기법도 배우도록 할 것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지 2년으로, 연금사회주의 논란과 주주로서의 적극적 권한 행사 요구가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

 

“주주권 행사에서 개입의 정당성은 우선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다. ‘국민의 재산 보장’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주가치 제고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의결권 행사 사전공개 범위를 정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3년 임기 동안 구상하는 역점 사업과 포부는.

 

“사각지대 해소가 제1의 미션이다. 필요한데도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사각지대 해소 추진팀을 구성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자산운용이다. 기금운용이 제대로 될 수 있게 밑거름이 돼주고, 바람막이가 돼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대담=이강은 사회부장, 정리=이진경 기자

 

김용진 이사장은 ●경기 이천(1961년) ●청주 세광고 ●성균관대 교육학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정책학 ●제30회 행정고시 합격(1986)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획단장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기획재정부 제2차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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