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김군 관련 발언 사과했지만
“우리가 사과 받을 권한이 없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2일 전격 정의당 농성장을 찾았다. 하지만 번지수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 후보자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는 정의당 단식농성장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3시15분쯤 농성장을 찾은 변 후보자는 약 15분 머물다 돌아갔다.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 후보자는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사장 재임 시절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 사고를 두고 “걔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며 “이게(사고가) 시정 전체를 다 흔드는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정의당에서는 이날 변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쏟아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민의 이해와 유족의 용서 없이 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은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군의 사망에 대한 후보자의 망언은 깊은 반성과 참회 없이는 회복 불가”라고 밝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별도 논평에서 “정부가 변 후보자 장관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산재 유족들과 청년노동자들에게 두 번 모욕을 가하는 것”이라며 “장관 후보자 지명을 재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반대하면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일명 ‘데스노트’라는 말이 한 때 돌았다. 정의당이 변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자 변 후보자의 농성장을 찾아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의당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 위원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어제 찾아오겠다는 소식을 듣고 안왔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는데도 예고없이 갑작스레 오셨다”며 “‘우리가 사과를 받을 권한이 없다. 김군 유가족에게 가서 사과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본인 발언이 잘못됐다고 반성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지하철 노동환경에 대해 잘 몰랐다’고 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제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는 12일째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중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