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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없는 독박육아에 눈물 왈칵… “엄마도 스스로 돌봄 필요” [연중기획-피로사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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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17 13:00:00 수정 : 2021-01-17 14: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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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블루 호소하는 주부들
돌봄기관 문 닫으며 온전히 양육 떠맡아
전업주부 60% 우울감… 평균比 14%P↑
종일 아이 뒤치다꺼리… “숨돌릴 틈 없어”
“애는 엄마가 봐야” 인식에 속으로만 끙끙
전문가 “모든 게 내 탓이란 생각 안돼
늘 아이와 놀아줘야한다는 강박 버려야”
#1. 5살, 3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35·여)씨는 요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한숨부터 나온다. ‘오늘은 또 아이들과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내야 하나’란 생각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봄부터 거의 집에 있었다. 에너지가 많은 남자아이 둘과 종일 집에서 지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쳤다가 자책하는 일도 많다. 어느 날은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혹시 우울증인가’ 스스로도 놀랐다. 김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숨 돌릴 시간이 있었는데 하루종일 같이 있으니 스트레스가 많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지 갑갑하다”고 말했다.

#2.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있는 이모(39·여)씨도 요즘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맞벌이 부부인 그는 아이가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 매일 아침 차로 30분 거리인 친정에 아이를 데려다준다. 청소 등의 집안일은 남편이 도맡아 하지만 육아는 어려운 문제다. 퇴근하자마자 ‘육아출근’을 한다는 그는 아이가 잠든 뒤에도 육아 관련 정보를 찾느라 쉽게 잠을 자지 못한다. 이씨는 “회사에선 일하느라 바쁘고 집에 오면 육아에 지쳐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며 “다른 엄마보다 정보가 없어서 아이를 방치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행복한 지옥’. 육아를 일컫는 말이다. 아이는 부모에게 큰 기쁨을 주는 존재이지만, 많은 이들이 동시에 고강도의 스트레스를 느낀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돌봄 기관 등이 문을 닫으면서 가정의 육아 비중이 높아져 육아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특히 돌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여성들이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로 육아 스트레스 커져

13일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로 불안하거나 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5.7%였다. 조사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 15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중 우울감이 가장 높은 직업은 ‘전업주부(59.9%)’로, 우울하다는 응답이 평균보다 14.2%포인트나 높았다. 코로나19로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스트레스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아이 돌봄 연결 플랫폼 맘편한세상이 지난해 8월 부모 회원 4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71.2%가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외부활동 축소’가 80.8%로 가장 많았고, ‘육아 시간 증가 및 돌봄 계획 변동’이 62.9%로 뒤를 이었다. 고용 변화 및 소득 저하에 의한 스트레스는 13.1%, 감염 불안은 1.6%에 그쳤다.

실제 많은 여성이 ‘코로나블루’를 경험하고 있다. 돌봄 기관 등과 나눠 하던 육아가 온전히 부모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 육아휴직 중인 A(40·여)씨는 5살 첫째도 어린이집을 쉬게 되면서 종일 두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날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라고 털어놨다. 더욱 힘든 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A씨는 “아이는 엄마가 보는 게 당연한데 뭐가 힘드냐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국사회는 엄마가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들도 사람인 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육아는 엄마의 몫’, ‘완벽한 엄마 돼야’ 인식 줄어야

많은 여성이 A씨처럼 육아로 힘들어하면서도,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잘 꺼내지 못한다. 심지어 힘들어하는 자신의 모습에 ‘엄마 자격이 없다’는 죄책감까지 느낀다. 한국사회에서는 ‘육아는 엄마의 몫’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어서다. 직장인 차모(40·여)씨는 “어린이집 학대 사건 기사 댓글에 ‘그러니까 엄마가 애를 봐야지 왜 맡기냐’며 엄마를 비난하는 댓글이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며 “아이가 아프거나 다치는 것도 내 잘못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육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와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모든 상태를 자신의 행동 탓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좋은 엄마가 아니다’란 죄책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은 양육자가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현 건국대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집에 오랜 시간 같이 있다 보면 부모나 아이 모두 답답함을 느낀다”며 “사람이 적은 곳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기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미 아주대 교수(정신건강의학)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아이와 집에 있는 것이 힘들다는 엄마들이 많았는데, 아이와 늘 놀아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아이를 기르는 일은 원래 모든 것이 불확실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유나·이종민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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