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어 최전선에 섰던 의료진은 새해 첫날도 감염방지를 위한 레벨D 방호복 착용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숨이 턱턱 막히고, 옷을 벗으면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더운 방호복 속에서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보람과 사명감, 그리고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2021년, 이들은 여전히 희망을 얘기한다.
경희대병원 정말예 외래간호팀장은 “병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피해가 갈까봐 교회도 가지 못했고, 연로하신 부모님도 뵙지 못했다”며 “일상의 모든 것이 중단되는 삶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버티고 있다. 일상의 모든 것을 감사하며 누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지선영 간호사도 “매일매일이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라면서도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의 최전선이고 지역사회 감염고리를 차단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사명감이 더 앞선다”고 밝혔다. 지 간호사는 “거동이 불편한 90세 환자의 3개월 만의 외출이 병원이 되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코로나19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의료진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코로나19 종식이라는 기쁜 소식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코로나19라는 적에 맞서 싸우며 고군분투한 의료진과 환자는 서로에게 힘이 됐다. 경희대병원 서현기 간호팀장은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두려움은 의료진이 전쟁터의 군인들처럼 서로를 격려하게 했다.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교수님이 수련의, 전공의를 대신해 반복되는 코로나19 검사를 직접 하는 등 서로에 대한 배려가 커졌다”며 “우리 민족은 위기에 강하다는 말처럼 코로나19를 통해 ‘코벤저스팀(코로나19+어벤저스)’이 만들어졌다”고 위기 속에도 빛난 ‘전우애’를 자랑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병대응팀에서 근무하는 박진미 간호사는 “두렵고 불안한 격리병동 생활에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 환자도 있고, 정이 든 환자에게 간호사들이 롤링페이퍼를 건네기도 한다”며 “힘들고 지쳐도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는 위안과 확신이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우미혜 임상영양사 역시 “당뇨병, 암, 신장질환 같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영양교육이 필요한데 마스크로 인해 의사전달이 현저히 떨어져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 배려하고 지켜주려는 마음인 것 같다. 이런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길고 긴 코로나 터널을 지날 수 있다고 본다”며 좌절 대신 희망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서울의 대학병원 관계자는 “많은 의료진이 길어진 코로나19로 지쳐있다. 그러나 환자 앞에서는 그런 피곤함 마저 내색하지 않는다. 이들의 헌신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견이 없기 때문에 해시태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의료진 덕분에.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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