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의사당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벌인데는 트럼프의 자극적인 발언이 있었다. 그는 이날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공원에 모인 지지자 수천명 앞에서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겼다. 압승이었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흥분된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트럼프가 본인의 주장을 여과없이 실어나르는 창구로 활용했던 트위터는 뒤늦게 그의 계정을 12시간 동안 막았다. 트위터는 그가 또 다시 문제성 트윗을 올릴 경우 그의 계정을 영구 삭제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는 트럼프가 이날 올린 지지자 모임 영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11월 대선 이후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발언을 줄기차게 해오는가 하면, 전날 치러진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발언은 ‘근거없는 음모론’이자 ‘판타지’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트럼프의 주요 발언.
#“마이크 펜스(부통령)가 옳은 일을 하면, 우리는 선거(대선)를 이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이 투표결과 확인을 거부하도록 촉구해왔다. 미국에서는 대선 결과를 최종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부통령이 주관하는데, 트럼프가 주장하는 ‘옳은 일’이란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는 의미다. 그러나 미 헌법에 따르면 부통령은 선거 결과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 그는 각 주의 투표결과를 낭독하고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는 권한만 있을 뿐이다.
#“주 정부는 재투표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선거가 사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주장 역시 허구다. 미 50개 주는 이미 지난달 8일 대선 결과를 확정했다. 트럼프 측은 조지아·미시간·펜실베이니아·네바다주 등 접전지역에서 투표 결과의 승인을 늦추거나 번복하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들 지역 역시 바이든의 승리로 대선 결과를 확정했다. 트럼프 측이 제기한 소송도 대부분 패소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 3명이 포함된 미 연방대법원 조차 선거 결과를 뒤엎으려는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의 소송을 기각했다.
#“우리는 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졌다. 조 바이든이 306명, 트럼프가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2016년 대선 결과와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304명,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227명의 선거인단을 얻었다. 총투표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앞섰지만,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독특한 선거제도 덕에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과를 두고 “압승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이번 미 대선에서는 선거인단은 물론 총투표에서도 바이든이 앞섰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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