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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미술계 키워드는 ‘치유’ ‘위로’ ‘성찰’

입력 : 2021-01-07 22:00:00 수정 : 2021-01-07 19: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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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형 미술관 기획전·거장들의 개인전 풍성
국립현대·부산시립·대전시립미술관 등
고통 보듬는 ‘치유의 예술’ 선보일 준비
종로 주요 갤러리들도 예술의 역할 고민

국민화가 박수근 개인전 ‘하이라이트’
백남준 축제 ‘다다익선 바로크’전 주목
줄리안 오피 등 해외작가 전시도 잇따라
줄리안 오피 ‘겨울 밤’. 국제갤러리 제공
대형 미술관과 주요 갤러리들이 올 한 해 준비 중인 전시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거리두기로 접촉과 소통,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심전심 통했던 걸까. 미술관들은 하나같이 올해만큼은 적극적인 예술의 역할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상처 회복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갑작스레 들이닥친 코로나19로 위축되고 침잠하는 듯했던 미술계가 반전을 꾀하는 셈이다. 올해 놓쳐선 안 될 주요 전시들을 정리했다.

 

◆2021년 주제의식 ‘코로나로부터의 회복’

올해 여러 기관의 기획전시에서는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전시가 봇물 터질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에서 진행할 주요 기획전으로 ‘코로나19, 재난과 치유’전을 준비 중이다. 오는 5∼8월 선보일 이 전시는 코로나19가 가져온 개인의 고통과 사회적 재난 속에서 급변한 삶의 모습과 사회의 구조적 변화상을 보듬는 ‘치유의 예술’을 주제로 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이 4∼9월 선보일 ‘이토록 아름다운(가제)’ 전시도 기대를 모은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불안의 시대를 마주한 사람들에게 치유를 제시하는 작품, 삶의 활력을 선사하는 작품을 내놓는다.

대전시립미술관은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 속에서 내면의 감정과 문화를 보살피는 전시들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아픔을 들여다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구미술관은 프랑스 매그재단과 ‘코로나19로 상처받은 인간의 삶을 위로한다’는 주제로 오는 10월부터 약 5개월간 해외교류전을 연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 주요 갤러리들에서도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을 고민하는 전시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학고재에서 이달 한 달간 열리는 ‘38˚C’전도 그중 하나다. 가는 곳마다 체온체크를 하며 ‘38˚C’가 넘는지 확인하고 있는 오늘날 현실에서 힌트를 얻어 전시제목을 따왔다. 학고재 소장품들을 중심으로 몸, 정신, 물질, 자연 등 4개 범주로 나누어 팬데믹 시대 인류와 세상의 관계를 고민한다.

◆국내외 주요작가 개인전 풍성

국내외 거장들의 굵직한 개인전도 풍성해 기대된다.

가장 먼저 화려한 문을 열 것으로 보이는 곳은 서울시립미술관. 세계적인 여성 한국인 설치미술가 이불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2월부터 4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불은 20대 시절부터 파격적이고 전위적인 퍼포먼스와 작품으로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끌며 국제무대를 누벼온 스타 작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 한 해 선보이려는 황재형, 정상화, 최욱경, 박수근의 개인전도 주목된다.

황재형 ‘황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젊은 시절 탄광에서 광부체험을 하며 작품활동을 벌여온 황재형은 1980년대의 현실, 노동자의 삶을 그려온 한국의 대표적인 리얼리즘 화가다. 정상화 개인전은 한국 단색조 회화의 출현에 주요 역할을 한 작가로 그를 재정립하면서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최욱경은 김기창, 박래현, 김창열 등을 사사한 여성 작가다. 올해 최욱경 개인전에서는 그의 여성주의 추상세계를 조명하고 미술사의 페미니즘 논의 변화를 반영해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망할 계획이다.

박수근 ‘할아버지와 손자’.

한국의 국민화가 박수근 개인전은 이 가운데서도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국민화가’라는 위상과는 달리 그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 번도 개인전이 열린 적이 없는 실정이었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만시지탄인 감이 있긴 하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탄탄한 준비로 박수근의 신화를 총체적이고 대대적으로 조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말쯤으로 예상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 바로크’전은 그야말로 ‘백남준 축제’가 될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보존처리 중인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 재공개를 기념하는 전시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백남준 아카이브 자료는 물론 그가 한국 미술사에 합류해 한국 미술사를 이끌어 온 역사와 그 영향을 받았던 후배들, 즉 ‘백남준의 후예’들이 작품을 선보이며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개인 소장자로부터 다량의 자료를 입수하는 등 전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준기 학예실장은 지난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백남준을 한국미술사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전환기적 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존처리가 끝나고 ‘다다익선’ 재가동 시점이 정해지면 전시 개막쯤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학고재에서 열릴 윤석남 개인전, 국제갤러리가 준비 중인 박서보 개인전도 놓쳐선 안 될 전시다. 윤석남은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린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는 ‘묘법’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명 해외 작가들도 한국의 관람객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중국 현대예술 거장 아이 웨이웨이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에서 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 웨이웨이는 중국 정부에 저항적인 반체제 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공개된 바 있는 코로나19로 폐쇄된 우한 소재 영화 ‘코로네이션(Coronation)’과 함께 신작이 공개될 예정이다.

프랑스 출신의 미국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와 영국 현대미술가 줄리안 오피도 올 하반기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줄리안 오피는 현대 도시인들이 바쁘게 걷고 있는 영상을 서울역 맞은편 대형빌딩에 비추는 영상작업 ‘걸어가는 사람’으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작가다.

정상화 ‘무제’.

◆미술관의 디지털 변신

미술계는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기존 오프라인 전시에 많은 제약을 가했다. 이런 경험 속에서 미술관의 디지털화, 미술 콘텐츠의 디지털화에 대한 필요도 급격하게 커졌다. 올 한해는 온라인 전시나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 더욱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존 인터넷상에서 운영해온 온라인미술관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60도 뮤지엄 뷰, 소장품 고화질 뷰, 온라인 전시 투어 기능을 새로 추가하거나 확대해 ‘디지털미술관’으로 개편한다. 이용자의 선호에 따라서 디지털 예술 콘텐츠를 추천하는 인공지능형 큐레이션도 선보인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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