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경수로 건설·DMZ 원전 계획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추진 어려워
신한울 3·4호기 건설 후 전력 공급
국내 탈원전 정책과도 배치돼 논란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서에는 원전건설 추진에 필요한 전반적인 방향이 담겨 있었다.
총 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원전이 들어설 입지, 노형(원자로의 형태), 사용후핵연료 처분 등의 방안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었다.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산업부가 해당 문건을 공개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이라는 제목의 PDF파일로 총 6페이지 분량의 기존 한글 파일을 스캔한 문서다. 보고서에는 북한 원전 추진 조직 구성과 입지 등의 내용이 담겼고, 첫머리에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북한 원전의 경우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실행 계획이어서 ‘윗선’의 지시없이 실무자 차원에서 작성하기는 어렵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우선 보고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신형 경수로인 APR-1400을 설치하는 안을 1안으로 제시했다. 과거 북한이 원전 건설을 희망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신속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안은 비무장지대(DMZ) 내에 건설하는 방안이다. 노형은 수출형 신규 노형인 APR+로 제안했다. 평화지역에 이를 건설함으로써 핵의 평화적 이용과 원전 수출 지원이라는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3안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후 동해안 지역에서 북한과 전력망을 연결해 공급하는 안이다. 이미 건설이 진행되는 사안이므로 가장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고, 5000억원 내외의 사업비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썼다. 다만 북한용 원전을 남한에 건설하고, 사용후핵연료도 남한에 저장하는 것에 대한 반발 우려도 내비쳤다.
보고서는 말미에 ‘검토의견’을 통해 1안이 소요시간과 사업비, 남한 내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관성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산업부는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을 확인한 결과 이전 정부에서 작성된 자료가 174개, 현 정부에서 작성된 자료가 272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작성 시기 구분이 어려운 문서 및 자료라고 했다. 또 “17개 북한 원전 관련 자료 중 산업부가 작성한 문건은 이 문건(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과 ‘에너지분야 남북경협 전문가’ 2개며, 나머지는 1995년부터 추진된 KEDO 관련 공개 자료와 전문가 명단으로 파악됐다”고 부연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