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대만 독립은 곧 전쟁’이라며 무력 침공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자칫 미국 등에 봉쇄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중국 최고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기관지인 ‘인민정협보’는 대만 문제 해결을 놓고 불과 보름 사이에 다른 논조의 글을 실어 중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인민정협보는 지난달 16일 ‘왜 우리는 대만 문제를 서둘러 해결할 수 없습니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국제 관계에선 ‘권력’이 우선되는 원칙이 있고, 현재 미국이 이를 쥐고 있는 상황으로 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중국과 미국의 권력 격차 때문“이라며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언젠가 미국을 따라 잡거나 비슷해지면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인정할 것이고, 그러면 대만 통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 등으로 국제적 마찰을 일으키기보다, 향후 중국의 힘이 강해지면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대만 통일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보름 후인 같은 달 30일엔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급하진 않지만, 너무 오래 늦출 수 없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선 “대만 문제는 미국 등 반중 세력들이 중국의 외교전략과 발전을 훼손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 주요 장애물이 될 것으로 해결을 너무 오래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발목을 잡는 대만 문제를 조속히 처리해야한다는 것이다.
두 기사는 저자는 모두 ‘가오양’이라는 같은 이름을 썼다. 다만, 중국에서 지난달 17∼18일간 ‘대만 실무회의’가 열린 것을 고려하면, 회의 이후 대만에 대한 중국 내부 흐름이 변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대만 독립파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이 헌법에서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할 것을 주장해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만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 독립파 입법위원들은 지난 1일 열린 입법회에서 정부에 대해 헌법에서 중국과의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대만의 국기와 국가(國歌)를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친독립파 의원들은 입법회에서 대만이 ‘정상 국가’가 되기 위해선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만의 헌법 개정은 입법위원 4분의 3 찬성이 필요하지만 민진당 입법위원 의석수는 전체 113석 가운데 61석에 불과하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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