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안에 총 83만호 주택 공급
세부계획 빠져… 분위기 '냉랭'
정부가 4일 문재인 정부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스스로 ‘공급 쇼크’라고까지 표현하며 대책의 효과를 자신하는 모양새이지만 정작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수십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만 강조됐을 뿐 정작 어디에 얼마만큼의 보상으로 언제까지 공급하겠다는 세부계획은 빠져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이날 오는 2025년까지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서울 32만호를 포함해 전국에 83만호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부동산 대책을 공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도권 및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총 83만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공급 쇼크’ 수준으로 주택시장의 확고한 안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 32만호는 분당 신도시 3개 규모이며 강남3구 아파트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시장에 곧 대규모 물량 공급이 있으리란 신호를 줌으로써 ‘패닉바잉’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내보였다.
그러나 대책 내용이 알려진 후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혹시가 역시였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구체적인 지역, 보상액수 등은 전혀 담겨있지 않고 단순히 ‘32만호’, ‘83만호’라는 숫자만 부각했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책상에서 숫자만 세는 것”이라며 “어디에 얼마나 공급하겠다는 세부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뜬구름 잡는 정책이다. 이번 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상상임신’”이라고까지 비꼬았다. 앞서 규제 대책이 발표된 이후 집값 상승이 가속화했던 점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책도 오히려 올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란 의견도 다수 보였다. 일각에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대선 등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나온 ‘선거용 대책’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전문가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연구소장은 “확정되지 않은 숫자는 누구나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입주할 수 있는 확정된 시기의 확보 물량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2017년 공공주택 100만호 계획,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약속한 수도권 127만호 계획 등이 현재 얼마나 진척됐는지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단기 성과에 얽매이기보다는 시장수요에 맞는 장기적 공급계획을 제시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며 “오늘 발표한 내용에서 공급 계획과 관련된 내용을 더 구체화하고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실질적인 공급과의 시간차로 인해 단기적으론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리란 우려도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대책이 정비사업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완화가 아닌 공공정비사업 위주의 인센티브에 선별 집중된 데다 부동산 및 건설업 공급 특성상 착공과 준공까지 시간적 간극이 불가피해 단기적 안정보다는 집값 상승폭을 둔화시키는 정도로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규제 완화로 사업의 속도와 사업성이 개선되면 해당 사업지에선 재료 또는 호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 안정에 대한 공급 확대 효과는 단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반영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는 공급 대책에 관한 세부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와 합의 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부분 입지가 확정된 상태지만 미세하게 구역 조정이나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지막 완벽한 합의를 위해 구체적인 입지를 밝히지 않았다”며 “조만간 두세 차례에 나눠 지자체와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 물량이 실제 공급되기까지 장시간 소요돼 현재 시장 상황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시장에 충분한 물량이 저렴한 가격으로 지속 공급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된다면 현재의 과열된 매수세가 완화되고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번 대책을 통해 단기 공급이 가능한 비주거 리모델링, 신축 매입약정 등도 추가 확보한 만큼,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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