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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표절 손씨 말고도 많아… 터질 게 터진 것” [심층기획-수면 위로 드러난 공모전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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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15 06:00:00 수정 : 2021-02-15 10: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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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경력자들 반응 보니
“걸러지지 않는 시스템 보며 대담해져”
스펙 경쟁 과열에 ‘표절 양산’ 지적도

“터질 게 터졌구나 싶었죠. 제2, 제3의 손씨는 이미 너무 많습니다.”

 

공모전과 제안 제도에 꾸준히 참여해 온 이들은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손모(41)씨 사례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말한다. 30개 이상 공모전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손씨는 ‘자신의 수상작 3분의 1 정도는 표절’이라고 지난달 말 스스로 인정했다. 그는 무단 도용한 타인의 창작물로 공공기관 공모전 최우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쌓은 데 이어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국방안보분과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손씨 못지않게 오랜 기간 공모전·제안 제도에 관심을 갖고, 다수의 수상 경력까지 보유한 김민수(가명)씨는 14일 이번 사건에 대해 “이토록 다방면에서 무분별한 표절을 한 것은 분명 충격적”이라면서도 “손씨가 어떤 마음으로 저렇게까지 하게 됐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인 김씨는 지난 10년간 약 500여건의 제안을 해왔고, 지난해에만 10개의 정부기관 정책 공모전에 입상했다.

 

김씨는 손씨 사례에 대해 “표절해도 걸러지지 않는 시스템을 여러 차례 목격하면서 차용 범위가 점점 더 대담해진 것”이라며 “시상대에 오를 때, 고위직 인사의 축하를 받을 때 등 귀빈 대접을 받는 느낌이 평소에 꺾인 자존감을 채워주기에 유혹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년간 공모전에 참여해 오면서 김씨는 “표절이나 도용이 의심되는 제안을 많이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표절 유혹에 빠지는 제안자도 문제이지만, 저작권 침해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이 없어 저작권법 위반사례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태다. 김씨는 “표절과 착안은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각 기관에 관련 분야 전문가도 많지 않고, 직원도 순환 배치하기 때문에 제안담당자의 전문성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학상 등 자신의 수상 사실을 알리는 손씨의 SNS 게시물. SNS 캡처

청년들의 스펙이 점점 더 상향평준화되며 공모전이 과열 양상을 띠게 된 것도 손씨처럼 선을 넘는 사례를 양산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꿈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공공기관이 주최한 공모전 입상은 채용 가산점으로 이어지는 등 커리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김씨는 “남들과 차별화된 스펙을 갖기 위해 공모전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며 “공모전 입상을 위한 스터디나 과외, 학원, 코디네이터까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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