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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본. 그때의 왕경은 교토다. 그는 왕경에서 10리쯤 떨어진 산꼭대기에 자신만의 성을 쌓기 시작했다. 후시미(伏見)성이다. 성 축조가 한창이던 1596년 여름 지진이 강타했다. 성은 무너지고 주변의 가옥은 폐허로 변해 버렸다. 그때의 도요토미 심경은 어땠을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성싶다. 자칫 자신도 황천길로 갈 뻔했으니. 성이 무너진 후 그는 동쪽에 똑같은 성을 또 쌓았다.

그 내막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납치된 강항이 남긴 ‘간양록’에 남아 있다. 일본열도의 지진. 과거나 지금이나 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잠자는 ‘지하의 신’ 하데스가 갑자기 깨어나는 듯. 최근 100년만 돌아봐도 지진이 얼마나 큰 공포를 자아내는지 알고도 남는다.

1923년 9월 간토(關東) 대지진. 40만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됐다. 수많은 조선인이 일본인의 거짓 선동에 학살된 바로 그 지진이다. 1995년 1월 한신(阪神) 대지진. 6300여명이 사망하고 1400억달러의 피해를 봤다고 한다. 이 지진으로 고베 지역에 본거지를 둔 일본의 조선·철강·전자산업은 멈춰섰다.

공포스러운 지진은 동일본대지진이다. 2011년 3월9일 이바라키현 해역에서 발생한 이 지진으로 초대형 쓰나미가 일면서 최악의 참사를 빚었다. 사망자 1만9689명, 실종자 2563명. 원자로가 녹아내린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까지 터졌다. 바로 그곳에서 지진이 또 발생했다. 13일 저녁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 수백㎞ 떨어진 도쿄 땅도 흔들렸다고 한다. 공포가 번진다. 대형지진이 또 닥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그곳 주민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놀라운 일 하나가 벌어졌다. 이번 지진 인명피해는 부상자 백수십명뿐이다. 다른 나라였다면? 대형 재난으로 번졌을 테다. 강진에도 그들은 당황하지 않는다. 질서를 지키며 차분하게 대응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오랜 지진 트라우마로 인해 ‘생존 DNA’가 일본인 몸속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혹시 그것이 후시미성을 다시 쌓듯 경제강국 일본을 일으킨 힘은 아닌지. 우리가 돌아봐야 할 점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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