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총 파업 시위 무력진압 여파
곳곳 시위 계속… SNS로 동참 독려
수치에 ‘선동·통신법’ 혐의 추가
정치적 제거 위한 작업 들어가
美· EU 등 규탄 불구 실효성 없어
경제 압박 조치론 군부 못 움직여
印尼 2일 아세안 외무 화상회의
군정, 국제사회에 첫 입장 밝힐 듯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한 달을 맞은 1일(현지시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두 가지 범죄 혐의가 추가됐다. 수치를 정치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다. 군정은 전날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를 일으키는 등 무소불위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사회 영향력은 군부에 닿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치 고문은 네피도 법원에서 열린 화상심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화면으로 그를 만난 변호인은 “수치는 비교적 건강하게 보였지만, 다소 체중이 줄어든 것 같았다”며 “또 선동 혐의와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고 전했다. 대중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어떠한 진술이나 소문, 보고서 등도 공개할 수 없도록 한 형법 505B조를 위반했고, 면허증 없이 전자기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치 고문은 지난달 3일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같은 달 16일에는 코로나19 예방 조치를 지키지 않은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로 각각 기소됐으며 이날 두 가지 혐의가 추가됐다. 다음 심리는 오는 15일 열린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전날까지 미얀마 국민 약 30명이 사망하고 113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2차 총파업 시위 때 군경의 총격으로 18명이 숨지면서 희생자가 크게 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18명이 아닌 26명이 숨졌다는 발표가 나오는 만큼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날도 미얀마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가 계속됐다. 이들은 시위 현장과 SNS를 통해 “미얀마를 구해달라”,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며 국제사회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 군경의 총을 가슴에 맞고 사망한 시위 참가자가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에 남긴 해시태그(#)도 “유엔이 행동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필요한가”였다.
그러나 사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국제사회의 위협은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문제 전문가인 게이브리얼 애런과 프랜시스 웨이드는 지난달 2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서구의 공허한 레토릭(수사학)이 미얀마의 상황을 악화한다’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국제사회 영향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들은 “2016∼2017년 로힝야족 대학살 때도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서구는 마치 당장이라도 개입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엄포에 그쳤다”며 “당시 (대학살을 주도한) 군부 지도자의 돈줄을 끊은 것이 군부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대신) 중국,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와 더 밀접한 유대를 갖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쿠데타 이후에도 미국과 EU는 군부를 비판하고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구 사회의 단호하고 위협적인 언사는 무대책을 은폐하기 위한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의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은 1990년대 이후 계속 감소해왔다”고 지적한 뒤 “지금 취해지고 있는 조치도 쿠데타와 직접 연관된 일부만 겨냥하고 있어 군부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 상태에서 미얀마 군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국가로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는 물론 수치 고문과도 관계가 깊지만, 현 상황에 나서길 주저하는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미얀마와 얽힌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많지 않으면서도 다민족국가이자 식민지 및 군정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도네시아가 미얀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해 온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외무장관회의가 2일 화상으로 열린다. 이번 회의는 군정이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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