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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듣고 샀다”는 LH직원… 부당 취득재산 몰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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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9 07:00:00 수정 : 2021-03-09 10: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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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의혹 LH 직원, 부패방지법·공공주택특별법 등 적용될 듯
몰수·추징은 부패방지법 적용 시 가능
‘업무상 비밀’ 이용 여부·혐의 입증 난항 예상
정부·여당 ‘내부정보 이용 부당이득 최대 5배 환수’ 추진
법조계 “5.18 특별법 같은 예외 경우 아닌 이상 ‘소급 적용’ 어려워”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8일 오후 산수유가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신도시 땅 사전 투기 의혹’ 사례가 추가로 나오며 이들의 부당 취득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만, 실제 몰수·추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몰수·추징을 위한 전제 조건인 혐의 입증과 직원들이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는지를 명확히 규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여권에서 ‘내부정보 이용 투기 이익의 3∼5배 환수’를 위한 법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역시 LH직원들에게 소급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내부정보 이용 여부 입증해야...LH 직원 “소문 듣고 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기된 ‘사전 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문제 직원들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로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공공주택특별법, LH법 등이 거론된다.

 

이 중 부당이득에 대한 몰수·추징이 가능한 죄목은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뿐이다. LH 직원이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의 이익 등을 취득한 것이 확인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재물·재산상의 이익 몰수·추징’이 이뤄지게 된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LH법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두 법에는 몰수·추징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뉴스1

김예림 변호사는 “(해당 직원들한테) 일단 공공주택특별법은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 만약 비밀을 활용한 것이라면 부패방지법도 적용 가능하다”면서 “둘의 차이는 몰수·추징의 가능 여부”라고 설명했다. 

 

법 적용의 핵심은 이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구매했는가와 이를 증명할 자료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엄정숙 변호사는 “‘신도시를 이 지역으로 하겠다’는 (LH) 내부정보가 언제부터 객관적으로 나온 것인지와 이들이 땅을 산 시점의 선후관계를 밝혀봐야 한다”면서 “(직원들이) 특정 지역을 후보군으로 두고 있었던 내부결재 문서를 보고 샀다면 처벌되겠지만, 내부문서 자체도 이들이 토지를 구매한 이후 시점에 만들어졌다면 관계를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만약 ‘(서류가 만들어지기 전) 회의 때 특정 지역을 후보군으로 언급한 시점이 해당 직원들이 땅을 구매한 시점과 유사하다’는 내부 증언이라도 있다면 될 텐데,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옆 동료가 잡담하다 알려준 정보라고 한다면 자신의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고도 볼 수는 없으니, 재산상 이득을 취했더라도 법 적용이 안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 변호사도 “실제 LH 내부에서 신도시 사업이 구체화된 시점과 직원들의 토지 구매 시점이 관련성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관련 소문을 듣고 토지 취득에 나섰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해당 직원들이 2015년 이후 신규 후보지 관련 부서나 광명·시흥 사업본부 근무자는 아니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LH홍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소급 적용은 5·18 특별법처럼 예외적인 경우만 가능

 

정부·여당은 앞으로 신도시 등 택지개발 사업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자의 경우 이익의 3∼5배를 환수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의혹 대상자들에게 이를 소급 적용하기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엄 변호사는 “‘5·18 특별법’처럼 대다수의 국민이 동의해서 소급시킨 아주 예외적인 사례가 있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많진 않다”면서 “(소급 적용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이 사안이 과연 소급 적용할 정도의 사안인가에 대해선 조금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소급 적용은 못 하게 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현재로선 (혐의가 인정될 경우) 대부분 초범일테니까 징역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징역형을 받더라도) 5년 이하라서 결국 경제적으로 누리는 이익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에도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투기에 나섰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퇴직자들에 대한 부당이득 몰수·추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직 당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LH 퇴직자는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처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퇴직자들에게 부패방지법은 적용되기 어렵다”면서 “특별법 (적용) 역시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퇴직한 이후에 사용했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 경찰청 국수본. 연합뉴스

◆사전 투기 퇴직자 조사는 가능할 수도

 

일각에선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정부 조사가 어려운 퇴직자들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목적 외 이용’ 규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지 않을 경우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정부가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이 영장 청구 등을 통해 퇴직자의 혐의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필지별로 등기부 등본을 떼보고, 혐의점이 나오면 영장을 청구해 거래정보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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