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이관땐 다른 공기업 부담 커
공공주택도 LH 없이는 불가능해
내부 규제만 강화 조처로 끝날 듯
정부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을 촉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해체 수준의 혁신방안’ 마련을 약속했지만 이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막대한 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조직을 쪼개거나 개편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LH 없이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공공주도 주택공급 목표 달성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5일 LH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산은 184조3249억원인데 부채가 131조8538억원이다. 국내 공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부채다.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246%에 달한다.
특히 LH 자산과 부채는 각각 지난 2019년 말 173조3330억원과 126조6800억원에서 3조1820억원과 5조1738억원이 늘었다. 자산보다 부채 증가폭이 크다. 문재인정부 주거복지 로드맵 등에 따른 임대주택 물량 증가로 임대보증금 등이 늘면서 부채 규모가 커졌다.
업계에서는 막대한 부채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대대적인 LH 조직 재편 등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간기업으로 치면 ‘한계기업’ 수준인 LH 조직과 업무를 떼어갈 경우 다른 공기업도 동반 부실을 감수해야 한다.
현 정부 주택공급에서 LH가 차지하는 위상도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의 핵심인 3기 신도시만 보더라도 LH가 아니면 보상·실시설계 등을 수행할 기관이 없다. 가장 최근의 2·4대책도 대부분 LH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구성됐다.
일각에선 주택공급을 민간에 맡기면 집값도 잡고 LH도 개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정부가 내켜 하지 않아 문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4대책의 공공재개발 목표를 LH가 할 때와 똑같은 조건으로 민간이 시행하도록 문호를 열면 될 텐데 지금껏 행보를 보면 정부가 이런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H 개혁은 정부 호언과 달리 해체 수준이 아닌 내부 통제 강화 등의 소극적인 조처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까지 정부 쪽에서 발신된 LH 개혁 구상도 임직원 토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준법윤리 감시단을 설치해 투기를 예방·관리하는 등의 내부통제 방안 쇄신에 집중됐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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