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들 고른 활약… 74-57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챔프 감격
15년 만에 통산 6번째 정상 정복
김한별, 최우수선수에 선정 영예
임근배 감독 ‘믿음의 농구’ 결실
기적을 만드는 길이 순탄할 리 없다.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의 승자가 갈리는 과정이 그랬다. 정규리그 2위 KB는 챔프전 사상 첫 2연패 뒤 3연승이라는 기적을 노렸고, 맞상대 삼성생명은 역대 최초 정규리그 4위 팀 우승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적을 완성한 주인공이 탄생했다. 삼성생명이 ‘언더독’ 대반란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삼성생명은 16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챔프전 5차전에서 김한별(35·22점), 배혜윤(32·15점), 김보미(35), 김단비(29·이상 12점), 윤예빈(24·11점) 등 주전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74-57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챔피언의 감격을 누렸다. 2006년 여름리그 이후 15년 만에 거둔 통산 6번째 챔프전 정상 정복이다. 지난 15년간 챔프전에 7차례 올랐으나 매번 준우승만 하다가 8번째 도전에서 ‘7전 8기’에 성공했다. 이렇게 삼성생명은 4위 팀 우승이라는 새 역사와 함께 역대 최초로 정규리그 승률 5할 이하(14승16패) 팀 우승이라는 새 역사도 썼다.
5차전 내내 팀 공격을 지휘했던 김한별은 기자단 투표 총 85표 중 66표 얻어 각각 8표를 얻은 같은 팀 김보미와 윤예빈을 크게 따돌리고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반면 국내 최고의 센터 박지수를 앞세워 2패 뒤 3연승의 대역전극을 노렸던 KB는 5차전 초반부터 삼성생명에 끌려다니며 완패했다. KB는 정규리그부터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2위에 그쳤고 챔프전에서도 고배를 마시며 가장 아쉬운 시즌을 보내고 말았다.
삼성생명의 우승은 좌절을 딛고 일어선 베테랑과 젊은 피의 조화로 일궈낸 것이라 더욱 값졌다. 우선 MVP 김한별은 지난 2013∼2014시즌을 마치고 부상에 힘겨워하며 팀을 떠났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1년의 공백기를 가진 뒤 임근배 감독이 부임한 2015∼2016시즌 복귀해 6시즌 만에 우승의 주역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
프로 16년 차 맏언니 김보미의 분투도 눈부셨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민하는 그는 코트를 떠나더라도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안고 가겠다는 각오로 막내보다도 더 열심히 뛰었다. 정규시즌부터 골밑에서 궂은일을 도맡아온 배혜윤도 챔프전 동안 평균 16.0득점 5.0리바운드, 4.0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을 챔피언 자리로 이끌었다.
베테랑들이 끌어주자 윤예빈, 이명관(25), 신이슬(21) 등 삼성생명의 젊은 피들도 깨어났다. 특히 젊은 선수의 대표주자인 윤예빈도 좌절을 딛고 우뚝 선 선수 중 하나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주목받으며 프로에 들어왔지만 데뷔 시즌 부상으로 단 1경기밖에 뛰지 못하고 수술과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시즌 빛을 발하며 차세대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이런 신구조화를 이뤄낸 것은 다름 아닌 임근배 감독의 ‘믿음의 농구’를 앞세운 지도력이었다. 김한별과 윤예빈이 복귀해 우승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믿고 기다려준 임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 감독은 믿음뿐 아니라 능수능란한 전략도 보여줬다. 일찌감치 4위를 확정된 뒤 주전들의 체력을 아끼면서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봄 농구에 대비해 결국 상대를 제압했다. 몇 수 앞을 내다본 임 감독의 혜안은 그가 1999년부터 2013년까지 2인자로서 오랜 기간 보필하면서 3차례 우승을 합작했던 남자프로농구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을 연상케 한다.
용인=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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