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여정 담화에 깔린 복선… 남북 간 대치보다 미국 향한 압박 메시지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3-16 14:00:00 수정 : 2021-03-16 14:35: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남조선 ‘전쟁의 3월’·‘위기의 3월’ 선택”
“발편잠 자고 싶다면 일거리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뉴스1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입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등을 거론하며 남북관계 경색을 예고했다.

 

김 부부장은 1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 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특히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지난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해 “앞으로 4년 간 ‘발편잠’(근심, 걱정 없이 편안히 자는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도 냈다.

 

김여정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공식 지위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노동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내려앉은 뒤 공식 대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담화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과거 남북 간 대치 상황으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하루 전에 나온 담화란 점에서 다분히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걸고 넘어졌다면 훈련이 시작되기 전부터 트집을 잡았을텐데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면서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운운은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레토릭’(rhetoric·수사)일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평가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도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일종의 대미 압박 메시지를 발신한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물론 남북관계를 관장하는 김 부부장의 발언 이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군 통신선 가동 중단 등 실제 행동이 이어진 전례가 있었던 만큼 북한이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위한 도발을 간과할 수 없다.

 

2018년 채택된 남북군사합의는 지난 2년 6개월 간 한반도의 안전판 구실을 해왔다.

올해 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CPT)이 시작된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차량이 주차돼 있다. 뉴스1

남북은 군사합의를 계기로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 이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했다. 합의가 파기되면 소규모 포격과 훈련이 재개돼 국지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철거된 확성기 방송 시설이 복원돼 상호 비방이 재개될 여지도 있다.

 

이런 상황은 경제난 타개와 내부 체제 결속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군사합의 파기를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없지 않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담화에서도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편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한 데 대해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은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지휘소훈련”이라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군사합의 파기를 ‘특단의 대책’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서는 “군사합의는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상당한 역할을 했고,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남북 간의 합의에 따라서 준수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북측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채연 '여신의 하트'
  • 정채연 '여신의 하트'
  • 박보영 '빠져드는 눈빛'
  • 임지연 '러블리 미모'
  • 김민주 '청순미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