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현 “다음 세대가 기억하도록 하겠다”
美 대사관 “작가의 사연에 마음 훈훈해져”
70여 년 전에 자유민주주의 한국을 공산주의 침략의 마수로부터 구해낸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주한 미국 대사관이 ‘훈훈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전시회를 기획한 사진작가는 “참전용사들의 부탁은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것”이라며 “다음 세대가 기억을 해야 이 프로젝트도 생명력을 가진다”고 호소했다.
29일 주한 미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전 세계의 6·25전쟁 참전용사들 모습을 찍은 사진 특별전이 지난 22일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에서 개막해 오는 10월까지 열린다. 사진작가 라미 현(42·한국명 현효제)이 6·25전쟁 참전국을 일일이 방문해 촬영한 참전용사들 사진 80여 점이 전시 중이다.
6·25전쟁 참전국은 전투병력을 파병한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16개국과 의료지원을 한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 등 6개국을 더해 총 22개국이다.
사진전 개막식에는 작가 라미 현은 물론 참전국 대표 등이 참석해 뜻깊은 전시회 개막을 축하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세계 곳곳을 다니며 6·25전쟁 참전용사 1400여명을 사진에 담고, 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진작가의 이야기에 마음이 훈훈해진다”고 높이 평가했다. 고든 처치 주(駐)부산 미국 영사가 라미 현의 사진전 현장을 직접 찾아 그의 노고와 성과에 찬사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라미 현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서 공부한 뒤 패션 광고 사진작가로 활동했었다. 그가 6·25전쟁 참전용사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3년 육군 1사단 장병들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찍은 해외 참전용사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1951년 강원도 원주에서 전투 중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잃은 미 육군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유인은 의무가 있다. 그것은 자유를 뺏길 위험이 있거나, 자유가 없는 사람에게 그 자유를 지키고 찾아주는 것”이라는 웨버 대령의 말을 소개했다.
“더 늦기 전에 더 열심히, 더 많은 분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참전용사들의 부탁은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것입니다. 다음 세대가 기억을 해야 이 프로젝트도 생명력을 가질 겁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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