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검찰에 기소됐다. 1심은 무죄였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전세금으로 사용한 1억원 수표가 결정적 증거였다. 수표를 발행한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 동생과 일면식도 없었다. 한 전 총리가 2008년 2월 한신건영 부도 직후 한 전 대표에게 현금 2억원을 돌려준 것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당시 대법관 13명은 9억원 중 3억원 수수 부분은 만장일치로 유죄로 판단했다.
한 전 총리는 ‘친노·친문 진영의 대모’로 불린다. 친문 진영에선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을 이었다고 본다. 민주당은 한 전 총리가 수사를 받을 때부터 ‘무죄’라고 옹호했다. 그가 구치소에 들어갈 때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해 이례적으로 ‘진실 배웅’이란 행사를 가졌다. 2년 뒤 출소하던 날 새벽에도 우원식 원내대표 등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마중을 나갔다. 그만큼 한 전 총리에 대한 부채 의식이 남다르다.
‘한명숙 구하기’는 집요했다. 여권은 지난해부터 ‘한만호 비망록’을 들고나와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했다. 1심 재판 당시 수사팀이 한 전 대표의 동료 재소자들에게 한 전 총리를 모해하는 위증을 하도록 ‘증언 연습’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월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에 대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다.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당시 수사팀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는 지시였다. 하지만 사흘 뒤 대검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한 전 총리의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이 이달 말 출간된다고 한다. 그는 책 서문에서 “6년 세월을 검찰이 만든 조작 재판과 싸웠다. 결국 불의한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져 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난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대대적 지원도 약발이 없으니 본인이 직접 나선 모양새다.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는 여론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억울하다면 법원에 재심을 신청하는 게 당당하지 않을까.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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