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민생에 도움되는 법무행정’을 개선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검찰과의 관계회복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당시 민생에 도움되는 법무행정을 강조했다. 그 결과, 법무부는 100일간 일반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러 제도를 마련했다. 대표적인 게 사회·경제적 약자인 피의자가 초기 수사에서도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다. 재범 우려가 거의 없는 모범 수형자나 생계형 범죄자, 노약자의 가석방 기준을 완화한 것도 눈에 띈다.
민생과 관련된 ‘사공일가’ 태스크포스(TF)도 마련됐다. 사공일가는 ‘사회적 공존, 1인 가구’의 줄임말로,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해 민법상의 가족 개념을 재정립하고자 하는 등 여러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이 추 전 장관처럼 검찰과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나, 갈등을 봉합하는 데 있어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범계 장관의 경우 자신은 ‘장관이기 전에 여당 국회의원이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며 “그런 정파성을 계속해서 나타내는 한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검찰개혁을 주장해야 하는데, ‘검찰 힘 빼기’를 위한 검찰개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우려도 크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여당도 자신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검찰의 독립성은 뒷전이고 검찰개혁을 외치며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를 축소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검찰 개혁의 조건은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이라고 했다.
장 교수 역시 “원래 의도가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지금 (정부는) 검찰 힘 빼기, 권한 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사실 아직도 (정부가)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취지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일갈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임명된 뒤 단행될 검찰 인사를 보면 향후 박 장관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민감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과 검사장에 대한 인사를 보면 추후 검찰과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될지 가늠해볼 수 있다는 취지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경우, 인사에 결정적으로 영향력으로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검 차장이 누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장관이 인사에 많이 관여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수원지검의 이정섭 부장검사 거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를 이끌고 있다.
구현모·이희진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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