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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부모 재력이 성공 좌우한다고 여겨” [연중기획-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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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19 10:20:52 수정 : 2021-05-19 10: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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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한국 대학생, 성공요인 ‘부모 재력’ 1위 꼽아
中·日 대학생은 ‘재능’, 美는 ‘노력’ 최다 응답

“지금 청년세대는 과거와 달리 좋은 대학에 안간힘 쓰고 들어가도 안정적이고 풍족한 삶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김희삼(사진)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18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이 사라져 가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우려를 표했다.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이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청년들이 ‘개인이 노력으로 성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타고난 부모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요즘 청년들이 농담처럼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돈이 많고 싶다’고 하는데 결국 계층 대물림을 동경하는 인식을 내포한다”며 “근로소득으로 부자가 될 가망이 없으니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놀고먹는 처지였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소망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2017년 발간한 ‘사회자본에 대한 교육의 역할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는 한·미·일·중 4개국의 대학생 각 1000명에게 ‘자국에서 청년이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가 담겼다. 한국 대학생은 가장 많은 50.5%가 ‘부모의 재력’을 꼽았다. 반면 중국과 일본 대학생은 ‘재능’, 미국 대학생은 ‘노력’이 중요하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모의 재력은 한국을 제외한 3개국에서는 청년이 성공하기 위한 요인 2, 3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한국 대학생들은 성공에 중요한 요소 3순위로 ‘인맥’을 꼽았는데, 인맥에 관한 인식도 다른 나라 학생들과 달랐다. 김 교수는 “홍콩에서 청년들에게 인맥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친구 관계 등 자기의 인맥이라 답했다”며 “똑같은 질문을 한국 청년들에게 했을 때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네트워크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사회 지도층이 인맥을 동원해 자녀를 특정 대학이나 인턴 자리에 꽂아주는 사례들이 우리 사회에서 잊을 만하면 나오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사회를 경험하기 전인 대학생일 때도 부모의 재력 혹은 인맥이 중요하다고 답한 것은 대학 입시에서부터 부모의 영향력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걸 보고 느껴온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교육현장에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도입할 때 사교육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공교육의 수준을 충분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다음 세대의 필요에 맞는 좋은 교육적 시도들이 있지만 문제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런 새로운 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더 좋은 교육 자원이 학교 밖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을 찾아가게 되고 새로운 교육이 도입될 때마다 새로운 격차가 만들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격차 재생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자 중심의 기존 교육을 탈피해 공교육 현장에서도 학생이 직접 창조하고 평가하고 상호작용하는 프로젝트 식의 수준 높은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교원 재교육과 외부 전문가 수혈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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