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도로 개설지 대신 산단에 초점, 퇴직자 뺀 것도 한계

충북 광역·기초자치단체가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 전수조사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지만 내용은 '맹탕'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하거나 일확천금을 노린 불법투기 의심 사례를 찾지 못했다는 게 발표 내용의 핵심이다.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투기를 발본색원하려면 땅값이 크게 오른 택지 개발지나 새로 뚫린 도로 주변 거래 내역 등을 샅샅이 살펴야하는데, 천편일률적으로 산업단지와 관광지 등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퇴직자가 빠진 것도 부실조사를 자처하는 꼴이 됐다.
성난 여론에 떠밀려 하나마나한 겉핥기 조사에 그쳤다는 얘기다.
충북도가 전체 공직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하순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가 공직사회로 향하자 도내 산업단지 14곳을 대상으로 정해 투기의혹 셀프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2개월 뒤인 지난달 28일 충북도는 공직자와 가족 등 3천830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개발지역 토지를 취득한 공직자가 있지만 모두 농사를 짓고 있어 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경찰에 자료를 넘겨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했다.
음성군, 영동군, 옥천군도 이달 들어 줄줄이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의심 사례는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음성군은 용산·맹곡 산단과 대소 삼정지구 도시개발사업 대상지를 중심으로 조사했고, 영동군은 레인보우힐링관광지·양수발전소 건립 예정지 거래 내역을 파악했다.
옥천군은 산단인 테크노밸리 투기의혹을 조사했다.
대부분 산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땅값 상승 폭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들 자치단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투기 수요가 많은 곳은 산단이 아니라 그 주변부"라며 "투기 의혹을 파헤치려면 대상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반영되지는 못했다.
공직사회에서는 공무원들이 개발 예정지를 점 찍어 놓은 뒤 퇴직 후 사들여 돈을 번다는 소문도 돈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재직 시 취득한 정보로 부동산을 샀을 수 있는 퇴직자는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런 탓에 자치단체의 부동산 불법투기 의혹 조사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수사가 아닌 진술에만 의존하는 지자체 자체 조사는 맹탕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재직 때는 물론 퇴직 후에도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한편 충북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단속 전담수사팀은 개발예정지 땅 투기 의혹을 받는 18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공무원 1명과 지방의원 2명, 충북개발공사 직원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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