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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세계로 비상하는 K공예, 작가와 시장의 선순환 유통망 구축 우선”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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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9 06:00:00 수정 : 2022-11-02 13: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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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예의 세계화 어디까지
‘킹덤’시리즈의 ‘갓’ 예쁜 모자로 인기
BTS·블랙핑크 입은 한복 세계 홀려
K옥션 온라인 경매서 낙찰률 95%
한국 공예문화 보는 시선이 달라져

실제 현실은
매출 4조대에 종사자 6만명… 영세해
공예 관심 소비·유통으로 연결돼야
실상은 대량생산에 가격경쟁력 저하
취약한 온라인 유통 극복 최대 난제

공예시장 선순환 방안은
전승공예·오브제 해외 아트페어 지원
실용공예 분야는 일상 속 사용 촉진
근무복 적용 등 한복 생활화도 추진
사라지는 지역한지 활성화 사업 병행

영주 대장간에서 수공으로 만든 호미는 세계 원예인의 극찬을 받으며 아마존 인기상품이 됐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킹덤은 덩달아 선비들이 쓰던 갓까지 ‘아름다운 모자’로 칭송받게 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차려입은 한복은 세계인의 마음을 훔쳤다. “우리나라 공예 문화는 이륙 직전”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이치로 공예산업 일으키기에 한창인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을 지난 3일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만났다. 올 3월 취임 후 지속가능한 공예 생태계 구축과 생활 속 공공디자인 진흥, 그리고 한복·한지 등 전통문화 산업 육성에 공들이고 있다.

―공예를 보는 달라진 시선을 실감하는가.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이 공예 분야에는 원래 관심이 적었다. 그런데 지난해 케이옥션 온라인 경매에서 케이옥션 최초로 현대공예품이 공식 출품되며 20점 중 19점, 낙찰률 95%를 달성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후 주거 공간에 대한 욕망이 커지면서 공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졌다. 여러모로 공예문화가 이제야 ‘이륙’ 직전이 아닌가 싶다.”

―호미, 갓, 한복 등이 재평가를 받았는데 우리 전통 공예가 한류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까.

“한류가 드라마·영화로 시작됐으나 다른 문화와도 떨어질 수 없다. 생활문화까지 한류로 이어져야 지속할 수 있을 텐데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공진원에서도 한복디자이너와 모모랜드, 나윤선,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등 한류문화예술인을 연결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는 한지 분야도 공모를 통해 같은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공예산업 육성의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인가.

“공예산업 매출 규모가 4조2000억원쯤인데 종사인원은 6만, 이중 수공예 중심 공예산업의 종사자 수는 약 2만명 정도다. 영세한 편이다. 그래서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공예문화산업은 전통공예, 현대공예, 그리고 공예·디자인 상품 등 다양한 형태로 명맥을 이어 왔는데 생활용품 시장 등을 중심으로 대량 생산 제품들에 밀려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지속해서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공예가와 시장의 선순환 구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공예 관심이 공예품 소비와 유통 활성화로 이어져야 하고, 우수한 공예인력이 공예계로 유입돼야 한다.”

―그래서 취임 후 강조한 것이 네트워킹과 선순환의 생태계 구성인가.

“모든 분야에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데 정부 지원을 받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형편이다. 공급자와 소비자 중간의 유통분야 활성화가 시급하다. 문화예술계 전반적으로 창작자 지원, 신진작가 지원, 중견작가 지원 식으로 공급 측면만 정책 지원이 이뤄져 온 측면이 있다. 전업작가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상품이 판매되어야 하고, 우수 인력의 유입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스타 작가도 나올 수 있어야 공예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공예 분야는 스펙트럼이 넓다. 나전칠기, 도자기 등 전승공예 작품도 있고 기계로 만든 공예품도 많다. 작가들의 오브제 미술작품도 있고 실용 상품도 있는데 다 똑같이 지원할 수는 없다. 전승공예·오브제 등은 해외 아트페어나 옥션에서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 실용 공예 분야는 사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예산업 유통망 강화는 어떻게 진행됐나.

“공예산업은 온라인 유통 비율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다양한 민간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공예품의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침체한 공예 업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예품을 주도적으로 유통하고 있는 네이버 아트윈도우, 아이디어스 등과 업무 협약을 맺어 온라인 유통채널에 30개 공예업체 및 59개 상품 입점을 성사시켰다. 케이옥션 낙찰률 95% 달성도 공예 시장 확대의 좋은 계기다. 앞으로 민간협력체계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는 네이버, 아이디어스, SSG.COM에 최대 60개 공예품을 신규 입점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6월에는 ‘프린트베이커리’, 7월과 10월에는 ‘케이옥션’ 공예품 온라인 경매 등을 통해 작품전시 및 판매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 라이프 스타일 전문 온라인 플랫폼에도 공예품 입점을 지원하려 한다. 디지털 기반이 취약한 공예 분야 영세성을 극복하고 공예품 판매와 소비에 대한 인식이 퍼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취임한 김태훈 진흥원장은 “공예문화산업이 대량생산 제품에 밀려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며 “공예가와 시장의 선순환 구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예에 대한 관심이 공예품의 소비와 유통 활성화로 이어져야 하고, 우수한 공예인력이 공예계로 유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정호 선임기자

―공진원의 또 다른 주축사업인 공공디자인은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가.

“공공디자인의 대표적 적용 분야는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요즘 교차로마다 볼 수 있는 햇빛 가림막이 대표적인 우수사례다. 원래 파라솔처럼 기초적인 편의시설로 등장했는데 서초구에서 만든 ‘서리풀 원두막(트리)’이 2018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면서 전국 지자체로 퍼졌다. 공공디자인진흥법이 제정된 후 공진원이 관련 사업 추진에 있어 중심 역할을 한다.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와 개인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안전한 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공적 영역에서의 디자인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으로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공공디자인에 대한 정책과 방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공공디자인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며 점차 사회적으로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공진원도 공공디자인 전담기관으로서 이러한 환경들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국민의 삶 속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고자 한다. 조만간 공공디자인 분야 종사자를 위한 시스템인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도 개편해 선보일 예정이다.”

― 공진원 한복진흥센터는 어떤 활동을 하는가.

“한복의 생활화다. 이전에는 관혼상제 때나 입던 한복을 이제는 고궁을 드나들면서 입곤 한다. 더 나아가 교복이나 근무복에 오롯이 한복을 입으면 생활화가 된다. 한복으로 만든 교복 보급은 2019년 시작됐고 올해는 대민업무가 많은 문화예술기관 종사자들을 위한 근무복 보급이 진행되고 있다. 한복 디자이너와 양장 디자이너가 협업해 개발했는데 버선코, 고름, 깃, 배래 등 한복 요소를 넣어서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성을 높였다. 이미 64종류가 개발돼서 지금 한글박물관과 도입이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재외한국문화원, 한국문화재재단, 밀양시도 공진원과 협력해서 한복을 근무복으로 입는 방안을 작업 중이다. 제작비는 기관 부담이고 공진원은 기본 디자인을 지원해준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시범제품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 한글박물관은 새 근무복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직원들 의견을 반영해서 원래 디자인에는 없던 깃을 달아줬다. 한복 교복은 학생 수가 적거나 학교 재정 상태 때문에 교복을 구매할 수 없었던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부와 함께 현재까지 총 16개 학교, 1560여명의 학생에게 보급했다. 올해 참여학교 모집도 11일까지 진행한다.”

―‘한지’산업도 공진원에서 공들이는 분야인데 어떤 상황인가.

“한지는 아기 출생을 알리는 금줄에서부터 사주를 적는 혼서, 그리고 고인을 보낼 때 뿌리는 지전까지 우리 삶에서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함께한다.‘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비단 수명은 오백년, 종이 수명은 천년)’이란 말도 있다. 그런데 한지공방이 압도적인 양지 수요에 밀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94년 64개였던 수제 한지 제조업체가 지금 18개만 남았다. 한지공방은 원자재 생산(닥나무 재배)부터 가공, 제품 생산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특화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개관한 서울 북촌 ‘한지문화산업센터’ 운영을 통해 한지산업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지자체와 협업 및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지역 한지 수요 활성화 사업’을 운영하는 등 한지 수요를 증진하고 한지문화산업을 활성화 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 상하이아트페어에 나가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등 유럽, 미국 쪽 아트페어에 참여했는데 이제 중국에 나가야 한다. 세 가지 의미가 있다. 당당하게 중국에 한국공예의 미적 가치와 시장성을 소개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마지막으로 역내 유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공예 업계의 새로운 시장 발굴을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진출을 통한 자생력 확보가 필요하다. 유럽, 미국시장뿐 아니라 세계 미술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한 중국이 좋은 수출 시장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좋아할 작가, 작품을 엄선해서 우수한 한국 현대공예를 알리고자 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김태훈 원장은…

 

●1964년생 ●문일고, 서울대 독어독문과 ●미국 인디애나대 정책학 석사, 경희대 관광학 박사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기획관·예술정책관·대변인·관광정책관 ●해외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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