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린 노티지의 화제작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이 6월 18일부터 한달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노동, 성차별, 인종차별, 경제불평등 등 현대사회 뜨거운 쟁점을 모두 담은 문제작이다. 지난해 일인극 ‘콘트라바쓰’로 모처럼 연극 무대에 올랐던 배우 박상원이 주연이다. 박상원은 “작년에 일인극을 오래 하다 보니 여러 배우와 함께하는 작업이 그리워서 생각보다 빨리 차기작을 선택하게 됐다. 80년대에 국립극장 연수생 생활을 하며 국립극단의 연기 훈련을 받았고 이번이 국립극단과의 첫 작업인데, 배우로서 영광이다. 작품 제목처럼 치열하게 땀 흘리며 좋은 작품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배경은 미국 북서부 펜실베이니아주 인구 8만의 철강산업 중심도시 레딩.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20년 넘게 ‘기름밥’을 함께 먹은 신시아와 트레이시는 생산라인에서 관리직으로 올라갈 노동자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함께 지원한다. 산업 재해를 입고 퇴직한 스탠이 운영하는 주점은 이들이 유일하게 안락하고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신시아만이 관리직으로 승진하면서 막역했던 신시아와 트레이시 사이에는 서서히 균열이 생긴다. 회사는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여 인건비를 줄이려 하고, 노조는 이에 대항하여 파업을 진행하지만, 그로 인해 중단된 생산라인에는 라틴계 노동자들이 보다 저렴한 인건비로 들어가 자리를 차지한다.
생산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신시아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삭감된 임금을 받아들일 것을 트레이시에게 제안하지만 크게 배신감을 느낀 트레이시는 신시아에게 완전히 마음을 돌린다. 해고와 직장폐쇄는 극단적인 모멸감과 굴욕감을 만들고, 그 현실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기에 분노의 불길은 사방으로 번지며 자신까지 태우게 한다. 20년간 해오던 일을 빼앗겼을 때 트레이시가 보여주는 공허함과 스스로에 대한 무가치함은 관객이 ‘노동’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인간의 노동이 화폐와 교환되고 소유와 경영에서 소외된 전형적인 노동문제를 다룬다. 인간은 부속으로 전락해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기능품이 되고,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제도와 법률에 의한 사회시스템은 인간의 존엄조차 지켜주지 못한다. 영국에서도 공연돼 “미국 러스트벨트의 삶을 다룬 숨 막히는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흑인 여성인 작가 노티지는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오른 인물. 사회 곳곳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극작가이다. 콩고 여성들에게 가해진 무자비한 학대의 역사를 다룬 ‘폐허(Ruined,2009)’에 이어 이 작품으로 두 번째 퓰리처상을 받았다.
연출을 맡은 안경모는 인간 본성과 심리를 섬세하고 예리하게 분석하며 묵직한 정서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 안경모 연출은 “대림동 일대를 다녀본 적이 있다. 세 블록을 지나는 동안 한국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지역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초기에 수많은 혐오적 표현들이 대림동 일대를 휘감았다. 한국사회에 잠재된 인종차별이다. 또, 예능 입시 현장에서는 2~3년 전부터 이주민 2세대들이 외모로 인해 수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이처럼 이번 작품은 한국사회에서도 충분히 유효한 혐오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며 “이상과 현실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제도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 타인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형태로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아픔”이라고 이번 무대에 담고자 한 메시지를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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