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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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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08 23:07:31 수정 : 2021-07-08 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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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정전협정 체결 68년째
공고한 평화상태 조성이 최우선
北, 기존 합의 성실히 이행하고
연락채널 즉시 복원·대화 나서야

1953년 7월 27일에 정전협정이 체결됐으니 올해로 68년째가 된다. 정전협정은 6·25전쟁을 멈춰놓은 협정이기에 법적으로 한반도는 아직 전쟁 상태다. 정전협정 62항에는 ‘정치적 수준에서 평화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정전협정이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1954년 제네바에서 정치회의가 열렸지만 북한의 미군철수 고집으로 결렬됐다. 1997∼98년에도 제네바에서 평화협정 전환 문제 논의를 위해 정전협정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4자회담을 가졌지만 역시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평화협정 체결을 먼저 주장한 측은 북한이었다. 월맹(북베트남)이 1973년 미국과 파리평화협정 체결로 주월 미군이 철수하자 무력으로 월남(남베트남)을 공산화(1975)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무된 것이다. 즉,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대남 적화통일을 달성하는 길은 바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은 집요하게 정전협정 체제를 무력화하면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려면 이에 적합한 여건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첫째, 현재의 정전협정을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 정전협정에서는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를 설정해 쌍방의 군사력을 분리하고 상대방을 향한 공격이나 적대행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1992)에서도 상대방을 향한 공격이나 침략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동 합의서 제5조에서는 ‘현재의 정전 상태를 공고한 평화 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평화 상태 구축 시까지 현 정전협정을 준수’하기로 했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현 정전협정 준수가 전제라는 사실에 남과 북이 공감하고 이를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면서도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도발을 일삼아왔고, 정전체제를 무력화한 데 이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2013)한 상태이다.

둘째,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 요인은 바로 북한 핵이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이를 위협하는 근본 원인인 핵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도록 검증된 폐기’(CVID)를 해야 한다. 유엔안보리가 북한에 이 수준을 요구하고 있고, 지난 6월 G7(주요7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바 있다. 판문점선언(2018) 3조 ④항에서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핵없는 한반도, 전쟁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우리 국민과 전 세계를 향해 육성으로 약속한 바 있다.

셋째, 평화의 제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전협정에 따라 정전관리를 위한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가 활동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비서장회의와 공동일직장교회의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이 유지됐다. 따라서 정전협정 위반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조사하고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가동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조직적인 정전체제 무력화 조치에 따라 이 제도들이 망가져 지금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남북 당국 간 직통전화 등 소통 및 연락 채널은 지난해 6월 북한에 의해 끊어진 채 지금은 아예 불통 상태다. 남북연락사무소 또한 북한의 파괴로 휴업상태이다. 9·19 군사합의에서 약속한 군사공동위원회에도 북한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은 요원한 일이다.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려면 먼저 공고한 평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를 철회하고, 동 협정과 남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연락 채널을 즉시 복원하고 대화에 조건 없이 나와야 한다. 정전협정을 유린하고 도발했던 일들을 시인·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핵을 내려놓는 결단도 해야 한다. 기존 합의도 지키지 않으면서 평화협정을 만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협정이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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