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화 속도 빨라지는 공군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 J-20 띄워
엔진 성능 높이고 항공무장 강화한 듯
MIG-21 전투기 바탕으로 무인기 개발
대만해협에 투입 방공망 교란 관측도
해군력 대대적 강화
2035년까지 항공모함 6척 건조가 목표
주력 052D형 구축함도 올해 4척 취역
美스튜드먼 국장 “냉전수준 대응 필요”
일각 “미국 모방하는 수준” 평가 절하
“미국은 중국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군사력을 추구하는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정보국장 마이클 스튜드먼 해군 소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튜드먼 국장은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냉전 시기에 취했던 것과 비슷한 정도의 대응조치가 필요하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스튜드먼 국장이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해·공군을 중심으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모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하지만,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발전 빨라지는 공군
지난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중국은 자체 개발한 첨단 군용기를 대거 투입해 공군력을 과시했다.
당시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종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젠)-20이다. 중국은 미국 F-22, F-35처럼 적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 전투기를 확보하고자 1990년대부터 J-20 개발에 나섰다. 중국이 유사시 미국과 역내 동맹국 공군을 상대하려면 상대방의 눈에 띄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로 다수의 적기를 상대해야 승산이 있다. J-20이 중국 공군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게 되는 이유다.
J-20은 2011년 첫 시험비행에 나선 직후 성능개량과 항공무장 강화 등을 지속하며 실전배치를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201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는 J-20 5대가 등장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15대가 참가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실전배치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J-20의 스텔스 기술은 미국 F-22와 F-35 전투기에 적용된 개념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J-20을 개발한 중국 청두항공기설계연구소 수석 설계사 양웨이는 중국의 항공 전문지에 기고한 글에서 “J-20은 공중전과 엔진 개발 등에서 미국의 이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체 외형은 반사각 정렬을 통해 레이더 전파를 분산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레이더 반사면적을 줄이기 위한 설계가 기체 곳곳에 적용됐다. 개발 초기에는 탑재된 중국산 엔진이 제 성능을 내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엔진 성능을 높인 J-20C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첨단 스텔스 전략폭격기 B-2를 연상하게 하는 차세대 폭격기 H(훙)-20도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태세다. H-20은 스텔스 성능과 장거리 비행능력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 4발을 기체 내부에 수납한 채 8500∼1만2000㎞를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핵심 미군기지인 괌, 하와이 타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경쟁구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국이 구식 전투기를 무인기로 개조해 대만해협에 투입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군은 1960년대 소련 MIG(미그)-21 전투기를 바탕으로 만든 J-7 전투기를 무인기로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더에 비친 J-7은 대만 IDF·미국 F-16과 비슷하다. 무인화된 J-7이 대만해협에 투입되면 유사시 대만 방공망을 혼란에 빠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핵항모 보유 가능성까지… 팽창하는 해군력
중국은 해군력 증강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해군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주변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수단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미국과 프랑스만 보유하고 있는 핵추진항공모함 건조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건조하는 네 번째 항공모함이 핵항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항모 랴오닝호와 산둥호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들은 재래식 연료를 사용한다.
네 번째 항모보다 앞서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2015년부터 제작 중인 세 번째 항모는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행갑판과 함교 등 주요 구조물이 갖춰진 상태다. 미 해군 최신 핵항모인 제럴드 포드호(10만1600t)와 비슷한 크기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척의 항모는 러시아 기술이 적용된 랴오닝호, 산둥호와 달리 중국이 독자 개발한 기술로 건조되고 있다. 증기식 사출장치가 아닌 최신 전자기식 사출장치를 적용한다. 중국은 2035년까지 항모 6척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축함을 비롯한 주요 전함의 실전배치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중국 해군의 실질적 주력인 052D형 구축함은 올해 들어서만 4척이 취역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구축함인 ‘중국판 이지스함’ 055형 구축함 2척, 직사각형 모양의 넓은 비행갑판을 갖고 있는 075형 강습상륙함 1척과 핵탄두를 수천㎞ 떨어진 표적까지 쏘아올릴 수 있는 091V형 전략핵추진잠수함 1척이 실전배치됐다.
중국이 취역시킨 함정 중 075형 강습상륙함은 유사시 대만 침공을 염두에 뒀다는 평가다. 075형 강습상륙함은 4만t 규모로 헬기 여러 대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대형 비행갑판을 확보하고 있다. 수륙양용 장갑차와 전차, 해군육전대 병력 등도 함께 수송한다. 미사일과 전자전 시스템 등을 갖춰 적의 공격을 방어한다.
중국 잠수함이 대만 동부 해역에서 미 해군을 저지하면 중국 해군육전대는 075형 강습상륙함을 통해 대만 서부 해안에 상륙할 수 있다. 항모와 더불어 강습상륙함의 위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중국은 075형 강습상륙함을 추가 건조하는 등 상륙작전 능력 향상에 적극 나설 방침이어서 대만해협에서의 대치 국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美, 주일미군에 트리톤 배치… 中 함정 밀착 감시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맞서 미국과 역내 동맹국들의 행보도 긴박해지고 있다.
미국 해군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는 지난달 15일 호위 함정들과 함께 남중국해에 진입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일상적 해상작전이라는 입장이지만, G7(주요 7개국)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서방 세계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직후 나온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중국 견제를 염두에 뒀다는 평가다.
미 해군의 무인정찰기 트리톤은 주일미군 미사와 기지로 전진배치됐다. 트리톤은 미국과 한국 공군이 쓰는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해양 감시용으로 개량한 기체다. 주일미군에 트리톤이 배치된 것은 처음이다. 동중국해 등에서 활동하는 중국 해군 함정의 동향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과 역내 동맹국 간의 연합훈련을 통한 상호 운용성 강화도 한창이다. 미 해군 7함대는 5∼10일 호주 동부 해상에서 일본, 한국, 호주와 함께 ‘퍼시픽 뱅가드’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국과 호주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이달 중순부터 호주 영해에서 탤리스먼 세이버 연합훈련을 이끌 예정이다. 1만7000여 명이 참가하는 이번 훈련에는 한국, 일본,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도 참여한다.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경계하는 일본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자체적인 방어능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들어 중국이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점거하는 상황을 가정해 자위대, 해상보안청, 경찰, 외무성, 주일미군이 참여하는 도상 대응 연습을 2012년부터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이 연습은 평시도 유사시도 아닌 ‘회색지대 사태’부터 무력분쟁에 이르기까지 자위대, 해상보안청, 경찰이 원활하게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일본 해상자위대와 미 해군의 연합훈련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5월 해상자위대와 미 해군의 공동훈련은 8회, 2019년 같은 기간에는 9회에 그쳤다. 반면 올해 같은 기간에는 제3국이 참가한 훈련을 포함해 23차례에 달한다. 중국의 해군력 팽창에 맞설 연합방위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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