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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女 양궁 올림픽 9연패가 보여준 ‘공정 경쟁’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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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6 22:57:26 수정 : 2021-07-26 22: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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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역사상 세 번째 대기록
나이·경력 안 따지고 공정 선발
정치·경제 등에서 벤치마킹해야
지난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류수정 감독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극 전사들이 그제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에서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강채영(25)·장민희(22)·안산(20)이 조를 이룬 여자대표팀은 단체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완파하고 올림픽 9연패를 달성했다. 여자양궁 단체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88서울올림픽 이후 32년 동안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대위업이다. 올림픽 종목을 통틀어 미국의 수영 남자 400m 혼계영과 케냐의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에 이은 역사상 세 번째다. 앞서 안산은 김제덕(17)과 한조를 이룬 양궁 혼성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따 폭염과 코로나19로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선사했다.

한국 여자양궁이 세계정상을 굳건히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을 뚫은 선수를 공정하게 선발하는 시스템이 확립돼 있기 때문이다. 숱한 경쟁국가들의 도전과 한국의 독식을 막으려는 국제양궁연맹(FITA)의 잇단 룰 개정에도 외려 다른 나라들과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건 공정과 원칙을 지킨 대한양궁협회 시스템 덕분이다. 올림픽 금메달 경력자라도 가장 아래 단계부터 거쳐 올라가지 못하면 대표 선수가 될 수 없다.

양궁협회는 지난해 선발전을 통해 대표선수를 뽑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올림픽이 1년 미뤄진 만큼 올해 선발전을 다시 열었다. 나이·경험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경쟁해 최고를 가리는 원칙을 허물지 않은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잡음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양궁 남녀혼성 단체전 선발은 23일 도쿄 현지에서 가진 랭킹전 성적으로 결정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안산이 2관왕에 오른 건 이런 공평한 시스템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양궁협회는 2016리우올림픽 때까지는 국가대표 8명에게 1차 선발전 자동출전권을 줬지만 이번에는 그런 조항을 아예 없앴다. 세계랭킹 1위, 메달리스트에 대한 특혜 없이 매년 14회 안팎의 기록을 평가해 120위까지 대표선발전에 참가하게 했다. 오죽하면 올림픽보다 국내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겠나.

우리 사회는 공정에 대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짜 스펙으로 의사 자격증을 딴 사회지도층의 파렴치한 행태, 2030세대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며 경력이 일천한 대학생을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임명하는 일 등 공정과 원칙, 정의에 어긋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의 쾌거는 원칙을 지키고 실력을 갖추면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 뚜렷한 메시지를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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