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후 33년간 재심의 전례 없어
고용부 “하자 없다” 5일 고시 방침
내년도 최저임금 이의제기 접수가 마감됐으나 정부는 재심의를 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3년간 재심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에 경영계를 중심으로 사실상 요식행위로 전락한 이의제기 절차에 강한 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재심의를 비롯한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해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지난달 29일까지 노사 양측으로부터 이의제기 신청을 받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영계 3곳이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이번 인상은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지급 능력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고용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했다. 또한 이의제기서에는 올해 경제성장률(4.0%)에 소비자물가 상승률(1.8%)을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0.7%)을 뺀 최저임금 인상률 산출 근거를 최저임금위원회 정부 측 인사인 공익위원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주장이 담겼다. 반면, 노동계는 인상률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정부가 경영계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최저임금 인상률을 재조정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시선이다. 일단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심의까지 최저임금에 대한 이의제기는 총 30건 이뤄졌으나 재심의가 열렸던 전례는 없다. 이번 이의제기를 받아들이면 인상률을 역대 최초로 번복하는 사례를 남기는 등 여러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심의 절차상 문제가 있어야 재심의를 열 수 있는데 현재로선 큰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저임금은 오는 5일 확정 고시된다.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재심의를 연다 해도 요건이 까다롭다. 재적위원 과반수가 출석해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즉, 최임위 전체 위원 27명 중 최소 14명이 출석해 1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데 노사 간 뚜렷한 입장차로 매년 파행을 거듭하는 구조에서 결착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유명무실한 재심의를 폐지하고 정부와 전문가가 생산성, 평균 임금상승률, 성장률 등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최저임금을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