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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전 1.5도 상승”… 기후위기 시계 12년 빨라졌다

입력 : 2021-08-09 22:00:00 수정 : 2021-08-10 1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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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평가 보고서 지적

3년 전 보고서선 2052년 도달 예측
탄소 감축 안 하면 세기말 5.7도 상승
탄소배출 획기적 저감 시나리오 땐
2081년 이후 1.0∼1.8도 상승 그쳐

인간 활동 지구환경 파괴 핵심 명시
유엔 사무총장 “인류 향한 코드 레드”
게티이미지뱅크

지구 지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011∼2020년에 1.09도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사회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가능하면 1.5도, 높아도 2도 상승으로 억제하자고 노력하고 있지만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시기가 2040년이 되기 전에 도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2100년이란 먼 미래에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결국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한 뒤 지속적으로 ‘음의 배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도출됐다.

 

기상청은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54차 총회에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산하기관이다. IPCC는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존 연구를 종합·검토·평가하고 7년 안팎의 기간마다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 이후 195개국 정부 대표자·관계자로 구성된 총회에서 승인받으면 각국 기후변화 관련 정책 수립이나 국제사회 합의의 과학적 근거가 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나 파리협정도 모두 앞선 IPCC 보고서를 토대로 수립됐다.

 

이번에 승인된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보고서로서 평가보고서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AR6 WG1에는 2013년 발간된 AR5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기후변화 실태와 미래 전망이 담겼다. 그리고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발생한 주요 원인이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지구온난화 주범 “인간이 명백”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9일 브리핑에서 AR6의 주요 특징으로 “최근까지의 기후변화가 인간의 영향에 의한 것임을 명백히 했다”고 지적했다. AR5에서도 지구온난화가 명백하다고 제시했지만 이번 보고서는 “온난화 원인이 인간”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 근거는 전례 없는 온실가스 농도 증가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이다. 2019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는 410ppm, 메탄은 1866ppb, 아산화질소는 332ppb이다. 세 기체 모두 AR5에 명시됐던 농도보다 대기중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적어도 지난 200만년 동안 관측된 적이 없는 전례 없는 수치다.

최근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요인별 지구온난화 기여도를 나눠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보고서는 최근 10년간 지구에서 관측된 온도 상승폭이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인한 온도 상승 정도, 즉 인간의 온난화 기여도와 일치한다고 적시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2010∼2019년 온도 관측치를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과 기타 인간 행위 영향을 종합한 인간 기여도 그래프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이미 기후변화 속도는 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이전보다 2011∼2020년에 지구 지표면 온도는 1.09도 상승했다. 앞서 AR5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2003∼2012년 지구 평균 온도가 0.78도 올랐다고 했으나 이후 온도 변화가 0.2도 정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해수면은 1901년과 비교해 2018년 기준으로 0.2m가량 상승했고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연간 1.3㎜에서 2006∼2018년 연간 3.7㎜로 빨라졌다. 

 

2018년 연구에서 1.5도 지구온난화 도달 시기를 2030∼2052년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2040년이 되기 전 1.5도 온난화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새롭게 포함됐다. 이준이 부산대 교수는 “2030년 중·후반에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완화책도 인간의 손에

 

이번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 등 인간 노력의 정도에 따라 향후 기후변화 정도가 어떻게 바뀔지도 제시했다. IPCC는 ‘공통사회경제경로(SSP)’라고 불리는 모델을 토대로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전망했는데 이 시나리오는 탄소배출량에 더해 인구통계, 경제 및 생활양식, 기술 발달 등 사회·경제적 변수까지 반영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 추세와 유사한 SSP3-7.0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 이전 가까운 미래에 지구 온도는 1.5도까지 상승하고 2081년 이후 세기 말이면 지구온난화가 최대 4.6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 탄소 배출량이 여전히 많고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별다른 노력이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SSP5-8.5에서는 금세기 말쯤이면 지구 온도가 5.7도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반면에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상황을 가정한 SSP1-2.6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 전에 지구온난화가 1.5도에 도달해도 2081년 이후 먼 미래의 온난화 정도도 1.3∼2.4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SSP1-2.6 시나리오에도 지구온난화 정도는 2도에 가깝다. 온난화 정도를 1.5도 수준으로 낮추는 상황을 내다보기 위해 새롭게 제시된 시나리오가 SSP1-1.9이다. SSP1-2.6이 2070년쯤 탄소중립을 가정한다면 이 시나리오는 가장 급격하게 탄소배출이 감축되는 ‘2050 탄소중립’을 전제했다. 이 경우 2041∼2060년 온도 상승이 1.2∼2.0도로 예상되고 세기 말에도 1.0∼1.8도로 온도 상승폭이 낮게 유지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이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는 광범위하고 급속하며 가속화되고 있다”며 “기후변화 중 상당부분이 과거 수천∼수십만년 동안 전례 없던, 인간활동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 과학적으로 확립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20년 이내에 1.5도 지구온난화 도달할 가능성 매우 높다”며 “만약 즉각적이고 급격한 대규모 배출저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1.5도 혹은 2도 아래로 온난화를 억제하기는 어렵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라며 “화석연료와 삼림 벌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수십억 명의 사람을 즉각적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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