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혁명당 등 일부 단체 걷기운동·1인 시위 강행 뜻
14∼16일 광복절 연휴, 코로나 확산 고비될 듯
방역당국·지자체 “불법집회 엄정 대응” 거듭 강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2000명 안팎을 기록하는 가운데 광복절 연휴 기간 서울 도심에서만 수백건의 집회 신고가 이뤄져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해당 집회 신고에 대해 모두 금지 통보를 했지만, 일부 단체는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방역당국과 지자체가 거듭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일부 단체 강행 의사… 국민혁명당 “방해 땐 형사고발”
광복절 연휴를 앞둔 13일 경찰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 기간인 14일부터 16일 사이에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는 지난 9일 기준 40여곳에 달했다. 경찰은 이들 단체가 신고한 316건의 집회에 대해 금지 통보를 한 상태다.
집회 개최가 금지되자 일부 단체는 1인 시위, 걷기 대회 등으로 형태를 바꿔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서도 대면 예배를 강행해온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광복절 연휴 사흘간 ‘걷기운동’ 형태로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시위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국민혁명당은 광화문 일대에 당원모집 부스를 설치해 당원모집 행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서울역과 서울시청, 동화면세점 등 도심권을 순환하는 식으로 걷기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차벽을 세워 행사를 막더라도 차벽 주위를 걷겠다”며 “평화적으로 진행할 걷기 대회를 방해하면 경찰 개개인뿐만 아니라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관할 경찰서장 등을 즉시 형사고발하고 국가배상 청구를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변형된 형태로 시위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14일 오후 4시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대규모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진 않고 1인 시위 형태로 진행하며 온라인 집회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선 서대문구 일대에 인원이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악몽 되풀이될라” 시민들 긴장
시민들은 지난해처럼 광복절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도화선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 당시 일부 단체가 정부의 금지 명령에도 집회를 강행해 수천 명이 광화문에 모이는 등 대규모 집회가 진행됐다. 이후 관련 확진자가 약 650명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며 광복절 집회가 코로나19 재유행의 진원지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난 9일 검찰은 지난해 광복절 집회 강행과 이로 인한 집단감염 발생의 책임을 물어 전광훈 목사와 집회 관계자 6명을 집시법 위반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광화문 인근에 사는 직장인 정모(31)씨는 “지난해 광복절 집회 당시 이 일대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그 후로 집단감염 소식이 이어지는 바람에 한동안 집 근처 가게도 전혀 이용할 수 없어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올해도 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되고 긴장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는 최근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는 등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상황이 심각한 데다 광복절 연휴가 끝난 직후인 17일부터 중·고등학교 개학이 시작된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44)씨는 “다음 주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요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지금 상태로도 확진자 수가 너무 많아 아이들이 등교해도 괜찮은 건지 의심스러운데 이 이상 집단감염 가능성을 키우는 일은 가능한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 “집회 강행 땐 고발” 엄정대응 예고
정부와 지자체, 경찰 등은 1인 시위 등 변형된 집회와 게릴라성 집회 등을 모두 불법집회로 간주해 엄정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코로나19 4차 유행의 한 가운데에서 이번 광복절에도 일부 단체가 대규모 불법집회를 예고하고 있다”며 “방역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국민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불법집회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법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고의로 방역수칙을 위반해 감염이 확산될 경우 정부의 각종 지원이나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못 박았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0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는 여러 단체에 대해 집회 취소를 요청하며 “자영업자들은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집회가 열리면 참가자들의 소란으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입고, 집회 이후에도 ‘광화문은 집단감염 지역’이라는 오명이 붙을까 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번 민노총 집회 때도 그렇게 했지만 이번에도 필요하면 지하철 무정차 통과, 시내버스 우회, 지하철 출입구 통제 등을 통해 집회 인원이 집결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집회 및 행사가 강행될 경우엔 집결 단계부터 모임을 제지·차단하고, 불시에 모일 경우를 대비해 방역 당국과 함께 집시법, 감염병예방법 등에 따라 해산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광복절 연휴 도심 곳곳에 임시 검문소를 운영하며 각종 시위 물품 반입을 막고 불법집회를 해산할 방침이다.
법원 역시 시민단체의 광복절 집회 금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전날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일파만파’ 공동대표가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및 시위 금지통고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의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므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면서도 “이 사건 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존재하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의 효력정지는 허용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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