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안티-백신카페’ 아냐…‘백신 부작용 외면 말라’ 호소하는 것”
국민들, 코로나 확산 상황서 어쩔 수 없이 백신 접종…불안감은 여전
“잇단 부작용·사망사고에”…2030 접종 사전예약, 전체 목표치 ‘미달’
“정부, 백신 접종과 관련해 국민에 대해 친절하고 적극적 자세 필요”
‘AZ(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 후 손가락 통증, 생리중단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화이자 1차 접종 후 목이물감, 목조임 등이 생겼습니다’, ‘주변에서 50대 부작용 겪는 분 얘기 들어보셨나요?’, ‘백신 맞고 몸속 뜨거움 열기가 지속되고 있어요’, ‘흉통으로 고생하시는 분 계신가요?’.
지난 5월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한 카페에는 매일 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부작용 증세에 대한 문의와 치료 후기 등이 올라오고 있다.
이 카페에는 17일 현재 가입자가 1만3136명이고, 게시글은 3907개에 달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기나 접종 후 증상 공유,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병원이나 당국의 대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1에 따르면 현 카페 운영자인 A씨는 본인이 직접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부작용을 겪었다. 해외 주재원인 A씨는 지난 5월 회사의 지원으로 현지에서 백신을 맞은 뒤 기절 등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입원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받아야 했다.
A씨는 현재는 증상을 회복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태이지만, 아직도 조금만 무리하면 머리가 당기는 등 예전의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뉴스1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임상 데이터나 치료법이 없는 상황인 만큼 백신 부작용을 겪는 사람끼리의 정보 공유가 가장 소중한 정보라고 생각했다”라며 “이 카페는 그런 장을 만든다고 생각해 카페 운영자를 이어받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현재 많은 국민들을 상대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불신감이 큰 상황이다.
최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연구단이 발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3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질문에는 10명 중 4명만이 안전하다고 답했다.
즉,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현 상황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겠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크다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총괄한 유명순 교수는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효과성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이상반응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당국은 백신 접종의 속도 추구와 더불어 투명한 설명과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카페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백신 접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씨는 “카페는 결코 코로나19 백신을 부정하는 ‘안티-백신카페’가 아니다”라면서 “세계적 재난상황에 따라 백신을 접종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분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림이나 시력저하, 피부발진, 부정맥 등에 대한 부작용 인정범위 확대, 관련 부작용 치료를 위한 전문 진료체계 확보 등을 정부와 국회 등에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접촉한 국회의원 8명 중 단 1명만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는 답변을 보내왔고, 국민신문고에서도 동일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카페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부작용을 인정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라며 “특히 저림, 시력저하, 피부발진, 부정맥 증상이 많은데 이 부분은 현재 부작용으로도 인정이 되지 않고, 의사들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백신 부작용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코로나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국민청원만 140여건이 등록돼 있다.
이들 청원글은 ‘백신 접종이 활발하게 이뤄져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되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권했다면 접종 후 삶이 파괴된 이들에 대한 핫라인과 대책 마련 등이 정확하게 제시돼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밖에도 카페에선 “많은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들이 힘드신 상황을 알지만, 이상반응이 나타날 경우 찾아가서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 병원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하는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가까이에서 보는 이들은 백신 접종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당장 지난 9일부터 시작된 만 18~49세의 예방접종 사전예약률은 전체 목표치인 70%보다 미달(14일 오후 6시 기준 58.1%)인 상태다.
특히 백신을 맞은 젊은 층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아예 백신 2차 접종을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수급 현황에 따라 별다른 설명 없이 백신 대상 연령층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백신 접종과 관련해 좀 더 자세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해 “18~49세 현재 예약률이 80%였던 고령층 예약률보다 낮은 상황으로 적극적으로 예약을 해달라”라거나 “본인 건강과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접종에 참여해달라”고 강조하는데 그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15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누적 2236만8941명으로, 2020년 12월 말 주민등록인구현황인 5134만9116명 인구 대비 43.6%다. 접종 완료자는 18만2004명 증가한 973만85672명으로 집계돼 전국민 대비 1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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