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눈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서서히 집중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아프간에서 철군,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견제하는 행보를 본격화할 것을 밝히면서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바다 중 하나인 태평양에서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대표적 수단은 해군력이다. 강력한 해군을 보유한 국가는 역내 패권에 한층 다가갈 수 있다.
대양해군의 ‘끝판왕’인 항모를 비롯한 각종 군함 건조가 인도태평양 내 국가에서 활발해진 이유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중국은 랴오닝호, 산둥호보다 더 크고 강력한 세 번째 항모를 만들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 일대 국경에서 갈등을 빚는 인도도 신형 항모를 선보이면서 중국의 행보를 견제할 태세다.
◆전투력 강화된 항모 만드는 중국
중국 해군은 2012년 항모 랴오닝호, 2019년 산둥호를 실전배치했다.
중국의 첫 항모인 랴오닝호는 러시아 Su-33 함재기를 복제한 J-15 전투기를 탑재한 채 항모전투단 운용 경험을 축적하는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구축함들과 함께 남중국해, 대만 해협으로 출동해 미 해군을 견제하는 활동도 한다.
랴오닝호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한 산둥호도 본격적인 작전활동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랴오닝호와 산둥호는 비행갑판에서 전투기를 띄우는 사출기 대신 스키점프대를 사용하면서 J-15의 무장 탑재량과 항속거리에 제약이 적지 않았다. 조기경보통제기 운용도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15년부터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3번째 항모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지난달 공개한 3번째 항모 위성사진에 따르면, 항모는 외형적으로 상당한 수준까지 건조가 이뤄졌다. 당초 예상과 달리 취역이 2025년에서 빨라질 수 있다.
비행갑판과 상부 구조물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미 해군 핵항모처럼 함수 비행갑판 외에 경사 갑판이 추가됐다. 갑판에는 함재기 이륙에 쓰이는 사출기 3개가 보인다. 함재기와 무장 등을 격납고에서 비행갑판으로 이동시키는 엘리베이터는 산둥호보다 넓은 것으로 추정된다.
함교는 산둥호보다 작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전자장비가 소형화되면서 함교 크기가 줄어들었고, 비행갑판은 더욱 넓어져서 항공작전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로 연결될 전망이다.
전체적인 크기는 중국 항모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미 CSIS는 항모의 길이는 약 315m, 폭은 최대 74m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 냉전 시절 운용했던 키티호크급 재래식 항모(8만t)와 비슷하다.
중국의 3번째 항모가 실제로 키티호크급과 유사하다면, 항모의 전투력은 기존 항모보다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가장 큰 장점은 사출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출기를 운용하면 중국이 항모 탑재용으로 개발중인 KJ-600 조기경보통제기를 3번째 항모에 쓸 수 있다.
랴오닝호와 산둥호는 KJ-600을 이륙시키는데 필수인 사출기가 없어서 공중 감시를 자체 레이더에 의존했다. 탐지 및 추적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 해군 E-2D가 항모보다 앞서 나가 작전활동을 하는 것보다 뒤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현재 개발이 막바지 단계인 KJ-600은 반경 400∼500㎞ 내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다. 항모에 접근하는 항공기를 조기에 탐지, 대응하는 능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기존 항모보다 더 많은 전투기 탑재도 가능하다. 엘리베이터 속도를 빠르게 설정하고, 비행갑판에서의 작업 효율성을 높이면 전천후 항공작전도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재래식 동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3번째 항모가 대량 건조되어 중국 해군의 주력으로 자리잡을지는 불확실하다.
재래식 추진방식이었던 키티호크급은 함재기 연료와 항모 항해 연료를 함께 적재했는데, 이로 인해 핵추진 항모인 니미츠급보다 항속거리가 짧고 항공유와 탄약 탑재량이 부족했다. 핵항모는 항해용 연료탱크 공간을 함재기를 위해 사용할 수 있어 항공작전에 유리하다. 키티호크급이 2009년 퇴역한 이유다.
그러나 키티호크급의 설계와 운용개념이 니미츠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도 이를 모방해 3번째 항모 건조를 계기로 경험을 축적하고 시행착오를 개선해, 핵항모 제작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전에서 항모를 투입했던 인도, 항모로 중국 견제 나서나
히말라야 등 국경과 인도양 등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는 인도도 항모를 띄웠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인도가 자체 제작한 첫 항공모함 비크란트호가 시험 운항을 위해 항구 도시 고치의 군용 부두를 떠나는 모습이 공개됐다. 실전 투입을 앞두고 해상시험을 시작한 것이다.
인도가 2300억 루피(3조5477억 원)를 들여 만든 비크란트호는 인도의 첫 독자 개발 항모다. 국산화율이 76%에 달한다.
인도가 초기에 사용했던 항모 비크란트호와 비라트호는 영국에서 제작했던 중고 함정이었다. 인도 해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모 비크라마디티야호는 러시아에서 건조 및 개조를 거쳤다.
4만4500t급인 비크란트호는 비크라마디티야호와 비슷한 수준인 34대의 함재기를 탑재한다. 러시아산 MIG-29K 전투기와 KA-31 공중조기경보헬기 등을 운용한다. 비크라마디티야호와의 상호운용성 극대화를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륙방식은 러시아 항모와 동일한 스키 점프대를 사용한다. 중국의 3번째 항모보다 크기가 작고 함재기 운용능력과 감시정찰 능력도 떨어진다.
하지만 인도 항모는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할 수단으로 주목을 받는다. 아시아에서 항모 운용경험이 가장 많은 나라가 인도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선보인 항모의 이름인 비크란트에 그 비밀이 숨어있다.
비크란트라는 이름이 항모에 쓰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인도는 영국에서 항모 허큘리스호를 구입해 1961년 비크란트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1971년 파키스탄과의 전쟁에서 비크란트호는 함재기를 띄워 파키스탄을 공습해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이후 인도는 경제적 문제가 발생해도 항모 전력은 우선순위를 두고 유지해왔다. 인도가 코로나19와 경제난 속에서도 자체 건조한 비크란트호를 띄운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항모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인도가 50년에 걸친 항모 운용경험을 지니고 있지만, 중국의 항모 운용능력은 초기 단계다. 막대한 자본력이 있다고 해도 경험 차이는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인도는 비크란트호 건조를 통해 항모 제작 능력을 확보했고, 개발 및 건조과정에서 4만2000명을 직접 또는 간접고용해 산업 생태계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6만5000t급 항모 건조를 추진, 최종적으로는 항모 3척을 보유한다는 방침이다.
항모 운용경험이 풍부한 인도가 해군 전력 강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중국도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과 인도의 해군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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