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위험한 노동환경 노출”

“저희 아버지와 오빠도 배달 일을 하세요. 남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 9번 출구 앞. 사흘 전 인근 도로에서 사고로 숨진 배달노동자 A씨를 추모하러 온 김모(28)씨의 말이다. 김씨는 “배달노동자들이 시간에 쫓겨서 일을 하다 보니 위험한 노동 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A씨는 지난 26일 삼성동 선릉역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화물차 운전자는 운전석 위치가 높아 사고 당시 앞에 있던 A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찾은 선릉역 부근에는 주말 사이 A씨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 소주병 등 물품이 대부분 정리되고, A씨가 사용했다는 베개와 오토바이 헬멧만 놓였다. 베개에는 ‘하늘에 가서는 돈 걱정 없이 몸 건강히 잘 살아’라는 등 고인을 애도하는 문구가 적혔다.
행인들은 오토바이 헬멧을 오랫동안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묵념하기도 했다. 김씨처럼 일부 시민이 조화를 두고 가면서 다시 꽃들이 쌓였다. 선릉역 인근에서 장사한다는 서양미(58)씨는 딸과 함께 이곳을 찾아 조화 두 송이를 추모 장소에 내려놓았다. 서씨는 “남이지만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이 아팠다”며 “배달하는 사람들이 일도 바쁘고 과로사하는 경우도 많다. 배달원이 조금 늦더라도 재촉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A씨처럼 플랫폼 기반의 배달 노동을 하다 숨지는 노동자 수가 늘면서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플랫폼 기반 배달노동자 수는 11명으로 전년도(6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산재 신청 건수는 1047건 중 917건이 승인됐는데 이 역시 전년도(512건)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에 노조 측에서는 라이더의 안전 확보를 위한 공제조합 설립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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