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사망사건, 2심도 부실수사 인정

서울고법, 17일 항소심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
1998년 정모씨 사망 당시 ‘단순 교통사고’ 종결
피의자 스리랑카인 뒤늦게 체포됐지만 무죄 확정
법원 “경찰, 성급히 판단해 부실 초동수사”

1998년 일어난 대구 성폭행 사망 사건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이숙연·서삼희·양시훈 부장판사)는 17일 숨진 정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씨 부모에게 각각 3000만원, 형제 3명에게 각각 500만원씩 총 7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1심은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 교통사고로 성급히 판단해 증거를 수집하지 않고 부실하게 초동수사한 것”이라며 총 5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2심에서는 부모에 대한 배상금이 1인당 1000만원씩 총 2000만원 늘었다.

정씨는 1998년 10월 학교 축제를 끝내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다음날 정씨는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서 정씨의 속옷이 발견됐다. 유족의 탄원으로 2005년 뒤늦게 정씨의 속옷에서 정액이 검출됐으나,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됐다.

이후 2011년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스리랑카인 K씨의 DNA가 정씨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혐의 중 일부의 공소시효가 지났으며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 등으로 K씨는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정씨 유족은 경찰의 미흡한 사건 처리로 범인을 처벌하지 못했다며 2017년 9월 국가를 상대로 총 6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백준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