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탱크’ 최경주(51·SK텔레콤)는 한국남자프로골프의 상징이다. 한국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해 우승을 일군 선구자이기때문이다.
역도 선수로 시작해 고등학생때 골프에 입문한 최경주는 1995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팬텀 클래식에서 국내대회 첫승을 달성했고 1999년 11월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미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미국 무대의 벽은 높았다. PGA 투어 첫해이던 2000년에 상금 순위 134위에 그쳐 다시 퀄리파잉스쿨로 밀려나 미국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를 실감했다. 절치부심한 최경주는 2001년에 ‘톱10’에 5차례 진출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드디어 한국 선수 최초로 PGA 투어 정상에 섰다. 그는 2011년 ‘제5의 메이저’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석권하며 통산 8승을 달성해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최다승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최경주가 50세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시니어 대회에서 또 다시 한국남자프로골프의 선구자 역할을 해냈다. 최경주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달러) 최종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적어낸 최경주는 베른하르트 랑거와 알렉스 체카(이상 독일)를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라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하는 기록을 작성했다. 우승 상금은 33만달러(약 3억8000만원). 최경주는 이날 우승으로 지난주 샌퍼드 인터내셔널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한 아쉬움을 1주일 만에 털어냈다. 최경주가 PGA 투어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10년 4개월 만이다. 또 2012년 10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약 9년 만에 공식 대회에서 우승했다. 챔피언스투어는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로 1970년생 인 최경주는 지난해부터 시니어 대회 출전을 시작해 현재 PGA 투어 정규대회를 병행하고 있다. 최경주는 2018년 갑상선 종양 제거 수술과 허리통증이 겹치면서 8개월가량 투어를 중단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이를 모두 극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최경주는 이날 5∼8번 홀에서 4개 홀 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추격자들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14번 홀(파5)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가 나왔지만 우승에는 지장이 없었다. 최경주는 경기 뒤 “10년도 넘게 걸려 다시 우승했는데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함께 경쟁해 쉽지 않았다”며 “이 코스에서 여러 번 경기했지만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고, 저에게 환상적인 대회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경주는 2015년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 부단장, 2016년과 2021년 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으로 지냈고 2020년 KPGA 부회장에 선임됐다. 그의 차남 최강준(18)은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최경주 재단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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