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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전쟁 주역 파월·럼즈펠드, 4개월 간격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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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19 10:20:00 수정 : 2021-10-19 10: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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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 ‘매파’ 럼즈펠드·‘비둘기파’ 파월
이라크 전쟁 수행 놓고 심각한 갈등 겪기도
미국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 시절인 2004년 7월 나란히 기자회견을 하는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왼쪽)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지 W 부시 1기 행정부(2001∼2005)에서 각각 국무장관, 국방장관으로 미국의 외교안보를 책임졌던 두 거물이 약 4개월 간격으로 타계했다. 마침 올해는 그들이 ‘테러와의 전쟁’ 돌입을 결단하는 계기가 된 9·11 테러 20년이 되는 해다. 테러와의 전쟁 초창기에 미국이 제압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이 20년 만에 미군을 물리치고 도로 아프간 정권을 차지한 터라 두 사람의 별세를 대하는 미국인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혈액암 치료를 받던 도중 코로나19 합병증으로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육군 장교였던 파월은 아버지 조지 부시 행정부와 빌 클린턴 행정부에 걸쳐 합참의장(1989∼1993)을,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2001∼2005)을 각각 지냈는데 둘 다 흑인으로서 최초 기록을 세웠다.

 

파월은 쿠웨이트를 무력으로 침공한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한 걸프전쟁(1990∼1991) 당시 합참의장으로서 미군을 지휘했다. 이 전쟁은 대체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전역 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며 높은 인기를 누리던 파월은 2001년 아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며 미 외교의 수장인 국무장관에 기용됐다. 취임 첫해인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리는 9·11테러를 일으켰고, 그때부터 남은 임기 내내 파월은 테러와의 전쟁에 몰입했다. 당시 그와 더불어 미 외교안보의 양대 사령탑을 형성했던 이가 바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다.

 

뼛속까지 군인이었던 파월과 달리 럼즈펠드는 젊은 시절 해군에서 3년간 복무한 것을 제외하면 군과 별로 인연이 없었다. 대신 그는 기업인과 정치인으로서 경력을 쌓다가 1960∼1970년대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공화당 정권의 고위공직자로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1975∼1977),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다시 국방장관(2001∼2006)을 지낸 것이 대표적이다.

2004년 8월 한 행사장에서 나란히 포착된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왼쪽)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오른쪽). 이라크 전쟁 수행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에 극에 달했던 때라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 가운데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파월과 럼즈펠드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그리고 아프간 전쟁 초반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추려 노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외교안보가 최대 위기에 처한 시기였고 따라서 두 사람 간의 이견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둘은 충돌했다. 럼즈펠드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기회에 이라크를 무너뜨리고 독재자 사담 후세인도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이라크의 WMD 보유에 관해선 파월도 뜻을 함께했으나 그는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해선 안된다는 입장이 확고했다. 미 언론은 럼즈펠드를 ‘매파’, 파월을 ‘비둘기파’로 각각 규정했다.

 

결국 파월은 아들 부시 행정부 1기가 끝남과 동시에 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부시 대통령 신임이 두터웠던 럼즈펠드는 2기 내각에서도 국방장관 자리를 지켰으나 이라크의 WMD 보유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또 이라크에서 미군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결국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2006년 11월 사임했다. 그는 파월보다 약 4개월 앞선 지난 6월 29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얼마 안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입성하며 2001년부터 무려 20년간 미국이 아프간에 들인 공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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