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조카며느리인 박태정 여사가 지난 23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25일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영결식장에서 박 여사의 발인이 엄수됐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의 미사 집전으로 진행된 발인식에는 고인의 친인척 일부와 연구소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함 이사장은 “나라와 공동체, 유가족과 자녀들, 저희 모두를 위해 하느님께 은총과 자비를 청한다”며 묵념했고, 남은 가족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은 안중근 의사의 친동생이자 독립운동가인 안정근 지사의 며느리로, 국내에 거주하는 안중근·정근·공근 형제의 유족 중 안 의사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의 차남이자 박 여사의 부군인 안진생씨는 일제강점기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뒤 해외에서 지내다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제의로 귀국해 정착했다.
1960년대에 외교관 생활을 하며 여러 나라의 대사를 지낸 안씨는 1980년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본부 대사 재직 중,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로 해임된 뒤 그 충격으로 뇌경색을 얻어 1988년 사망했다.
8년간 이어진 가장의 투병에 박 여사의 가세는 급속히 기울었고, 월세를 전전하다가 2011년부터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자리를 잡고 거주해왔다.
박 여사의 가족에게 집을 기부하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이들은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며 “더 필요한 사람에게 드려달라”고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여사의 가족은 수권자인 장녀 안기수(66)씨가 보훈처에서 받은 수당 50여만원 등 외에는 뚜렷한 수입원은 없었다고 한다.
박 여사는 지난해 낙상 후 건강이 안 좋아져 요양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여사를 간호하던 안기수씨는 지난 3월 별세했다.
유족은 박 여사의 삼일장을 치를 여유가 없어 바로 고인을 경기 용인공원묘지에 안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연합뉴스에 “박 여사의 남은 딸과 그 손녀도 몸이 아픈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보훈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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