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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목표 너무 낮고 속도 더뎌… 구조 개편 나서야” [심층기획-‘에너지 대란’ 유럽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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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8 06:00:00 수정 : 2021-11-18 13: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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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국내외 전문가가 본 한국 에너지 전환 <끝>

아준 플로라 IEEFA 유럽에너지금융연구 국장
한국 NDC 경제 규모에 비해 불충분
탈석탄 적극적이지 않은 부분도 실망

필 맥도널드 엠버 최고운영책임자
에너지원 구성 영국의 10년 전과 유사
목표치를 높이면 빠른 전환 가능할 것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
방향은 맞지만 국제적 추세엔 못 미쳐
여론 주도층 태양광·풍력 불신도 걱정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석탄 화력 발전소 지금도 신규로 건설
가장 쉽고 빠른 것은 석탄 안 쓰는 것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中 재생에너지 비율 30%… 韓 앞서
탄소국경세 시행된다면 경쟁력 상실

◆아준 플로라 IEEFA 유럽에너지금융연구 국장 (★★) ←2점

 

한국은 비교적 최근(지난해)에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2030 국가온실가스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했다. 기후행동트래커(CAT)에 따르면 한국 NDC는 불충분하고 국내 목표는 ‘지구온난화 3도 제한’ 시나리오에 맞는 수준일 뿐이다.

 

경제 규모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 4위이고 세계에서 10위에 드는 한국이 탈석탄에 이 정도밖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은 실망스럽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탈석탄 선언에 동참했어도 세계 주요 경제국들은 2030년(한국은 2050년)까지 석탄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도 낮아 보인다. 지난해 이미 유럽연합(EU) 12개 국가는 자국 전력의 3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했고 세계에서 몇몇 국가는 전기의 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만든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의욕적으로 뛰어올릴 수 있다.

 

한국의 현재 에너지 전환 계획을 보면 미래에 기술 개발이 성공할지, 경제성은 얼마나 있을지 불확실한 수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이 적으면 그린수소(재생에너지 전기로 생산하는 탄소배출 없는 수소) 생산 역시 어려워진다. 한국은 친환경 수소 생산을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하며,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소 의존도는 떨어뜨릴 수 있다.

 

유럽 ‘에너지 대란’도 단기적으로는 유럽으로 공급되는 러시아 천연가스 양이 늘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이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는 수밖에 없다.

 

유럽 역시 에너지 저장기술을 고도화해 더 유연한 전력체제를 갖춰야 하며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변해야 한다. 이런 식의 에너지 효율화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간헐성이란 단점은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제 재생에너지에 회의론을 품는 사람은 일부 에너지 기득권층밖에 안 남은 것 같다.

◆필 맥도널드 엠버 최고운영책임자 (★★) ←2점

한국은 풍력, 태양광 같은 저렴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구조를 재편할 혁신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믹스(에너지원 구성)는 딱 영국의 딱 10년 전과 유사하다. 영국은 10년 전만 해도 전체 전력의 80%를 화석연료로 생산했지만 이제 그 비율은 벌써 40%로 낮아졌고 2025년이면 5% 아래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10년 전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연안가 풍력발전 비중이 지금은 크게 늘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가 너무 낮다. 한국은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전환과정을 5년으로 압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산업은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효과가) 급증하며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다. 우리 기관이 한국의 전력생산체계(national grid)를 토대로 보면, 한국은 현재 목표보다 빠른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198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한 한국을 살펴보면, 마음먹는다면 새 산업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영국에서 얼마나 값싼 가격에 빠르게 풍력과 태양열 발전이 퍼져갔는지를 생각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이 낙관적이다. 바람이나 태양열 이런 자원은 말도 안 되게 싸지 않나. 그리고 재생에너지가 지리적으로 다양한 곳에 넓게 퍼질수록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도 완화된다. 어딘가는 바람이 불고, 햇빛이 나니 한 곳에서 발전이 어려워도 다른 지역에서는 발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른 깨끗한 발전원을 연구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기술,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 (★★) ←2점

 

사실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속도가 아쉽다. 석탄발전을 퇴출하고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속도가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수준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추세에도 못 미친다. 나는 탈석탄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저항감이 크게 느껴진다. 석탄을 빨리 빼도록 분위기가 형성됐는데도 ‘정치적으로 매력이 없지 않을까’ 이런 계산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3점 이상 주긴 어렵다.

 

유럽에서는 최근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것을 가격이 가스가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인식한다. ‘우리 에너지 전환속도가 느려서 아직도 가스에 의존을 많이 하고 있는 게 문제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벗어나야 에너지 위기가 해결될 것 같으니 재생에너지 전환속도를 높이자, 이렇게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에선 오히려 정책 결정자나 여론 주도층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불신이 심한 것 같아 걱정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전 세계적으로 성숙한 기술인데 그건 안 된다는 식이다.

 

최근 수소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났을 때 보완하는 측면에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수소에 관한 논의를 보면 오히려 화석연료 산업을 위해 수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 ←0.5점

 

별점 1개도 과하다. 석탄 화력발전소를 지금도 ‘신규로’ 짓고 있기 때문이다(6기의 석탄발전소 건설 중).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는다는 건 사실 빵점을 줘야 하는 건데 그나마 0.5점이라도 준 건 태양광과 풍력이 조금이라도 늘어서 그렇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뭐라 그랬나. 선진국은 2030년까지는 석탄발전소를 중단하고, 내연기관차는 2030년에 60% 전기차로 전환해서 2035년엔 판매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건 환경단체 주장이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에너지 자문기구인 IEA의 말이다. IEA가 어떤 곳인가. 원래 석유 수급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닌가. 그런 곳에서 석탄발전소를 빼라고 하는 것이다.

 

석탄발전소 중단을 이야기하는 건 여기서 나오는 배출량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그나마 기술적으로나 비용적으로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제철소나 반도체 공정, 농축산업 배출을 줄이는 건 더 힘들다. 가장 쉽고 가장 효과가 높은 게 석탄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들 이렇게 쉽고 확실한 길이 있는데 안 하니까 이번 COP26에서도 2030 NDC를 내년에 다시 내라고 하지 않았겠나. 해야 할 게 명확하니 외면하지 말고 정면돌파해야 한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 ←0.5점

 

중국이 석탄 화력발전소를 많이 운영하고 있어서 재생에너지 수준도 많이 뒤처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의 재생에너지 수준은 우리와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앞서 있다.

 

한국은 지난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조정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율도 2030년 20%에서 30%로 올렸다. 우리의 목표가 도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은 이미 2020년 재생에너지 비율이 29.5%이다. 그중에서 수력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수력을 빼도 우리의 2배 가까이 된다. 한국이 202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6.6%임을 비교하면 과연 우리가 앞으로 중국과 세계시장에서 우리 산업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도 재생에너지 비율이 20%가 넘는다. 앞으로 원전 비율을 22%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재가동 승인이 난 원전은 9기이고 이 중 5기 정도가 운전 중이다. 양수발전 설비는 이미 27GW 정도가 확보되어 있고 재생에너지 비율에 있어서 일본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은 201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작하겠다고 발표를 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2024시행 목료로 탄소국경세 법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우리가 에너지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는 안 된다. 규제를 개선하고 송전망 건설과 함께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술적 보완이 시급하다. 전력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출력변화에 따른 영향이 가격신호로 나타나고, 이를 판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기업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전력시장과 정책의 조화로운 균형이 절실하다.


윤지로 기자, 글래스고=박유빈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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