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사건에서 친권행사자 및 양육권자 지정을 두고 다툼이 많습니다. 친권과 양육권은 별개의 개념이지만, 법원은 통상 양육권자를 친권행사자로 지정합니다. 이혼한 부부가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할 수 있고, 부모의 양쪽이 공동 양육자로 지정될 수도 있으나 실무상 인정되는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친권행사자 및 양육권자 지정과 관련해 자주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경제력이 없는 전업주부도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나요? 자녀가 어린데 아빠도 양육권자가 될 수 있나요? 외도하면 양육권을 빼앗기게 되나요?
답을 알려드리기 전에 양육자 지정 및 변경에 관해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합니다.
한국 남성 A와 베트남 여성 B는 2명의 자녀를 낳고 살던 중 갈등이 지속하였고, B는 만 4세인 큰딸 C를 데리고 집을 나와 별거를 시작했습니다. 1년 후 부부는 이혼을 청구했고, A는 별거 중 B가 양육하던 C에 대해 자신을 친권행사자 및 양육권자로 지정해줄 것을 청구했습니다.
모친 B는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편이지만, 별거 직후 취직해 월 2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고,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별다른 문제 없이 C를 양육하고 있습니다.
부친 A는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는 있으나 뚜렷한 직업은 없는 상황에서 대출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1심과 2심은 부친 A를 C의 친권자 및 양육권자로 지정했습니다. 특히 2심은 “모친 B에게 자녀의 양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고, 거주지 및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아 자녀의 양육환경, 양육능력에 의문이 있으며, B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그녀의 양육을 보조할 것으로 보이는 B의 어머니 역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아 아이들의 언어습득 및 향후 학교생활 적응에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보아 B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별거 중 상당 기간 동안 유아를 양육해 온 상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를 정당화할만한 사유가 필요한데 원심이 인정한 사정은 그러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한국어 소통능력이 더 나은 쪽이 자녀 양육에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만으로 외국인 배우자의 양육 적합성을 불리하게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들어 남편을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한편 수년간 별거해온 부부가 이혼하면서 별거 후 계속 아버지가 양육해 온 9세 딸에 대해 어머니를 친권행사자 및 양육권자로 지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양육상태 변경에 관한 앞 사건과 같은 입장에서 “단지 어린 여아의 양육에는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더 적합할 것이라는 일반적 고려만으로는 양육상태 변경의 정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아니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2010. 5. 13. 선고 2009므 1458,1465 판결).
법원은 ‘미성년인 자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지’를 판단 기준으로 친권행사자와 양육자를 정합니다. 즉 경제력이 부족한 어머니도 양육자가 될 수 있고, 자녀가 어리다고 해 무조건 엄마가 양육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책 배우자일지라도 양육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자녀의 성별과 연령, 부모의 애정과 양육 의사,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자녀와의 친밀도, 자녀의 의사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등).
이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은 ‘양육환경 조사’를 명할 수 있고, 가사 조사관이 양쪽의 집을 방문하는 등 자세히 조사합니다.(가사소송법 제6조, 가사소송규칙 제9조 내지 제11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이경진 변호사의 Tip
‧이혼 소송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별거 시 아이의 양육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을 나와 생활한다면 가급적 자녀와 함께하세요.
‧자녀가 13세 이상이면 특히 본인의 의사가 중요합니다.
‧ 현재 자녀를 양육하고 있지 않다면 양육환경 조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를 위한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조성하고 재판부를 적극 설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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