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백신접종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아동과 초등학생 저학년을 대상으로 백신접종 준비에 돌입했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어린이의 백신접종을 준비하되 방역패스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자랑하던 방역정책이 상황에 따라 바뀌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2일 교육부와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7~12세 초등학생 코로나19 확진자는 12월 첫째 주 하루평균 2470명에서 지난주 4325명으로 2주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4주간 연령군의 일평균 발생률(10만명당 확진자 수)은 7~12세 연령의 경우 지난달 마지막 주(11월21일~27일) 9.4명에서 지난주(12월12일~18일) 22.1명으로 늘었다. 6세 이하의 경우 같은 기간 6.6명에서 17.3명으로 확대됐다. 반면 백신접종을 마친 고등학생은 4.5명에서 8.1명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 폭이 작은 편이다. 현재 최연소 접종대상 연령인 12세의 접종완료율은 20% 미만인 상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오전 브리핑에서 “접종을 받지 않은 청소년들과 11세 이하 등 원천적으로 예방접종이 불가능한 연령층에서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소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확진자가 늘면서 결국 정부는 어린이의 백신접종 준비에 나설 방침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전날 오후 백브리핑을 통해 “5~11세 접종은 미국이나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가 봐야 하고, 접종이 이뤄진다면 5~11세 방역패스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미국,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5~11세 어린이들에게도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유럽의약품안정청(EMA)은 지난달 5~11세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백신접종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에서 초등학교 5학년 이하 어린이의 접종에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정부는 청소년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보건소 백신접종 팀 등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주사를 놔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참여율은 저조한 편이다. 류혜숙 교육부 학생지원국장은 “어느 학교는 (찾아가는 백신접종을) 하려다가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고, 함혜성 서울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은 “학부모들이 담당 과를 방문해 찾아가는 백신접종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5∼11세 어린이들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동안 정부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백신도입 초기인 지난 5월, 1차 접종만 마칠 경우 7월부터는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 주겠다고 밝혔다. 백신접종은 2차로 완료되며 11월에는 집단면역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국민들의 입과 코를 가리고 있고, 백신접종은 2차에서 3차로 늘어났다. 집단면역을 기대했던 11월에는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렵게 회복한 일상을 되돌릴 수 없다”는 발언이 나온지 보름만에 중단됐다.
교육부 역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학습결손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확진자가 늘어도 전면등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전면등교 시행 29일 뒤인 지난 22일 교육부는 학생 확진자 증가를 이유로 다시 등교를 제한했다.
청소년 백신접종 계획도 갈지(之)자걸음을 걷고 있다. 교육부는 청소년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며 백신접종률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고, 접종은 오직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미접종자의 학원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고려할 정도로 백신접종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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