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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혁신] ‘지구 살리기’ 진심인 기업, 파타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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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3 23:20:47 수정 : 2021-12-23 23: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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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고객 모두 공동체 일원으로 노력
매년 매출액의 1% 환경단체에 후원

지난 11월 중순, 미국 아웃도어 용품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판매수입 전액을 환경 보호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의 열성적인 호응으로 파타고니아는 기록적인 1000만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했고, 이를 풀뿌리 환경 보호 단체에 기부했다. 2021년 악시오스·해리스 설문(Axios X The Harris Poll)에 따르면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1위에 구글, 애플, 테슬라 등의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파타고니아가 선정됐다. 미국 소비자들은 매출 성장률과 시가총액보다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파타고니아를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등반가이며 환경운동가인 이본 쉬나드가 1973년에 창립한 기업이다. 쉬나드는 1963년 주한미군 근무 시절에 북한산 인수봉의 암벽 등반 루트(쉬나드 A길, B길)를 개척한 등반가로도 알려져 있다. 파타고니아는 ‘우리의 삶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서 사업을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즉,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업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모든 사업이 기후위기의 원인이 된다고 인식하고 제품 개발,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에 걸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파타고니아는 1996년 이후 모든 면 제품을 유기농 목화에서 얻은 면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원료 생산, 소비자 안전, 물 배출, 공기 배출, 작업자의 안전 등을 모두 인증받은 원단업체로부터 전체 원단의 56%를 구입하고 있다.

또한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매년 매출액의 1%를 지구에 내는 세금으로 설정하고, 풀뿌리 환경단체들을 후원해 왔다. 쉬나드는 다른 기업들도 환경단체 후원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1% for the Planet’(지구를 위한 1%)이라는 비영리 단체 창설을 주도했다. 오래 입은 옷인 ‘원 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은 망가진 옷을 고쳐 입고, 입지 않는 옷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재활용하는 것으로 파타고니아는 옷을 수선해 입는 것이야말로 환경 보호를 위한 가장 급진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과소비 관행을 버리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언제부터 지구 살리기를 기업의 궁극적인 사명으로 결정하게 된 것일까. 연 40%의 급성장을 하다가 1991년 경기침체로 인해 파타고니아는 급격한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이때 창업자 쉬나드는 사업을 왜 하는가의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파타고니아가 정립한 기업의 목적이 지구 살리기이다. 공통의 목표와 가치관을 공유한 직원들은 모든 결정에 있어 환경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리며, 성장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직원, 공급업체, 고객, 지역사회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인식하고 모두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기로 선언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압력이 높아지고, 정부의 ESG 공시 의무화 움직임으로 기업들의 근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과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것이 ESG 경영의 첫걸음이다. 파타고니아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면서 지속가능 성장을 꿈꾸는 기업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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