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지난 6년간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금융 소외 계층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영국의 금융 전문 매체 디스이즈머니는 소비자 단체 ‘위치(Which)’가 분석한 오프라인 은행 점포 폐쇄 동향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단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영국에서 2015년부터 내년 말까지 폐쇄가 완료됐거나 폐쇄 예정인 은행 점포는 총 4735곳이다. 이는 2015년 1월 기준 전체 점포의 48%에 해당하는 것으로 6년간 절반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구체적으로 2019년에는 444개, 지난해에는 369개 지점이 문을 닫았고, 올해에는 736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단일 은행 중 점포 폐쇄에 가장 앞장선 곳은 바클레이즈다. 바클레이즈가 2016년부터 내년 말까지 폐쇄를 확정한 점포는 841곳이다. 넷웨스트, 스코틀랜드왕립은행 등 은행을 소유한 넷웨스트그룹은 같은 기간 1100개 지점을 폐쇄했다.
디지털화에 따른 점포 폐쇄는 가속할 전망이다. 로이드뱅킹그룹은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41개의 로이드은행 점포와 7개의 할리팩스 점포를 문 닫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드뱅킹그룹의 발표 뒤 TSB도 내년에 전체 점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70개 지점을 문 닫겠다고 밝혔다.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TSB의 점포 수를 절반 이상 줄이겠다는 의미다.
점포가 줄면서 금융 소외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카드나 앱 결제가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점포를 찾기 어려워지면 거동이 힘든 노약자들의 일상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올해 6월 영국 은행 연합회인 UK파이낸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국에서 120만 명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동전과 지폐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2019년 210만 명에서 줄어든 규모이긴 하지만, 현금에 의존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디스이스머니의 제니 로스 편집장은 “최근 몇 년간 은행 점포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표류 위험에 처했다”며 “시민들이 은행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관련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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