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8시10분쯤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첫 무력시위다. 지난해 10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지 78일 만이다.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 안보리결의 위반이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지만 ‘도발’이 아닌 ‘우려된다’는 정도의 반응만 냈다. 안이한 안보 인식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정상 아닌가. 긴급회의도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철도연결 사업의 일환인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여해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유엔 대북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핵무기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은 최대 100발로 추정되는 핵무기를 더 확충할 계획인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조건 없는 비핵화 회담 복귀를 요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북·미 비핵화 회담은 2019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끝난 뒤 거의 단절된 상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종전선언에 매몰된 채 남북 평화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엊그제 신년사에서 “아직 미완의 평화이고 때로는 긴장이 조성되고 하지만, 한반도가 안정적으로 관리돼가고 있다”고 하는 등 북한 눈치를 보는 듯한 발언을 했다. 며칠 사이 북한 미사일 도발이 이뤄졌으니 보통 민망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그제 워싱턴타임스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종전선언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문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북한이 해야 할 일은 명약관화하다. 북한 주민의 삶을 더욱 극한으로 몰고 가지 않으려면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자력갱생을 외칠 게 아니라 핵포기와 개혁 개방에 나서야 한다. 대화 테이블에 속히 나와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이나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공언과는 달리 애초부터 핵 포기 의지가 없었던 만큼 문 정부도 이제라도 냉철한 평가와 분석을 통해 북한의 본모습을 직시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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