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연대·협력 강화… 정부 적극 지원 필요
2021년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경제와 기업에 큰 영향을 끼친 해였다. 공급망 병목이 초래한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속도를 2배 수준으로 높이고, 2022년 3월까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급망 병목에 대한 대응능력의 차이가 미국 자동차 시장 1위 기업을 바꾸었다. 제너럴모터스(GM)는 1931년부터 미국 내수시장 1위의 자리를 지켜왔으나, 지난해에 도요타가 GM보다 12만대를 더 판매해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도요타는 반도체 대란이 현실화되기 전에 6개월 이상의 반도체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판매 기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새해에 우리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공급망 리스크는 무엇일까.
첫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다. 코로나19는 새해에도 세계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의 향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로 지난 일주일간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또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 최근 인구 1300만명의 시안시를 완전히 봉쇄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시안에 있는 낸드 플래시메모리 공장의 가동 축소를 결정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 중단, 소재·부품 부족, 물류 정체의 가능성은 새해에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둘째, 주요 원자재의 급격한 가격 변동과 핵심 소재 및 부품의 수급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에 석탄, 철강, 구리, 알루미늄은 코로나 이전 가격 이상으로 급속하게 상승했다. 또한 완성차업체의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이미 올해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초과했다고 하니 반도체 수급난도 계속될 것이다. 전기차의 글로벌 생산 규모가 대폭 증대될 것으로 예상돼 코발트, 구리, 네오디뮴 등 전기차 핵심 소재의 안정적 수급이 중요해질 것이다.
셋째, 인도·태평양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의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새해 1월부터 발효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아르셉)은 중국이 주도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구상을 발표하고, 아르셉 회원국 중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를 초청함으로써 중국에 대응하는 경제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르셉과 IPEF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 공급망으로의 전환에 대한 압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의 조사에 의하면 3년 후에는 다국적기업의 80%가 탄소중립에 미온적인 공급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이며, 한국 공급업체의 잠재적인 수출 손실 규모는 2030년에 최대 1425억달러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압력이 이제 글로벌 기업의 1차 및 2차 이상의 공급기업으로 본격적으로 이전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은 기업에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양날의 칼이다. 최고경영자의 공급망 리더십, 상시적 공급망 모니터링,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한 창의적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자원, 인재, 정보가 모두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