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층 콘크리트 타설 공사 와중
아래층서 설비 마감 동시 작업
지지대 철거로 하중 못 견딘 듯”
사고 사흘 만에 실종자 1명 발견
“저기 무너졌다, 저기 무너져. 어우 거기도 떨어졌네.”
지난 11일 오후 3시 35분 전후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201동 39층 꼭대기에서는 중국인 작업자들의 다급하고 한탄 섞인 외침이 울려 퍼졌다. 현장에서는 39층의 바닥 면(슬래브)에 해당하는 곳에 거푸집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콘크리트가 쌓인 바닥 면은 평평해야 했지만, 바닥 가운데가 움푹 패어 주저앉아 있었다. 갑자기 ‘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거푸집이 꺾이듯 치솟아 들리기도 했으며 타워크레인 방향에서 ‘펑펑’ 소리가 나자 작업자들은 계단을 통해 긴박하게 대피했다.
붕괴사고 10여 분 전 상황이 담긴 총 2분 10여초 짜리 2개의 영상이 업체 관계자에 의해 13일 공개되자 시민들은 부실시공이 사고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붕괴사고는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골조공사와 설비·마감공사를 동시에 진행한 패스트 트랙 공법이 참사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골조공사 바로 아래층에서 설비·마감공사를 하는 패스트 트랙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A씨는 “골조공사를 하면서 타설(거푸집에 콘크리트를 채우는 작업)한 콘크리트가 굳기까지 슬래브를 받쳐주는 철제 지지대를 유지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공사의 경우 39층에서 타설공사를 하는데, 아래층에서 창호 설치와 배관 등 설비와 마감공사를 동시에 했다”고 말했다. 설비와 마감공사를 원활하게 하려면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다. A씨는 “마감공사를 하는 작업자들의 공간확보를 위해 철제 지지대를 조기에 철거해 위층에서 무너져 내리는 슬래브의 하중을 견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의 골조공사를 할 경우 설비나 마감공사는 대개 5층 정도 사이를 두고 한다. 하지만 이번 붕괴현장에서는 아래층에서 설비와 마감공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번 붕괴 아파트의 공사기간은 2019년 6월부터 올해 11월까지 42개월이다. 붕괴된 시점에는 이미 골조공사가 끝났어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평가다.
골조공사와 설비공사를 동시에 진행한 것은 이 같은 공기단축을 위해서다. 공정속도를 높이기 위해 패스트 트랙으로 공사를 하다가 건물 붕괴라는 참사를 낸 셈이다.
광주대 건축공학과 송창영 교수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바닥슬래브 하부에 받치는 동바리(공사현장에서 바닥을 받쳐주는 철제 기둥)의 철거 시기가 너무 빨랐다”며 “사고현장은 공정을 단축하기 위해 설비와 마감 등 후속공정이 바로 뒤따라 왔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동절기 공사 특성상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 오히려 철제 지지대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붕괴 원인으로 콘크리트 양생(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불량이라는 부실시공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장 작업자들은 “겨울 공사인데도 불구하고 일반 아파트들처럼 4∼5일 만에 한 층씩 올렸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보통 아파트 1개 층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에는 하절기 5~6일, 동절기 12~18일 가량이 소요된다. 사고가 발생한 201동은 전체 39개 층인데 이번에 23~38층, 모두 16개 층이 붕괴됐다. 통상적인 소요기간을 기준으로 역순해보면 23층의 경우 9월부터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이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압축강도를 내기 위해서는 4주간의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붕괴 아파트에서는 무게를 지탱하는 하부 2개 층의 콘크리트가 겨울철 제대로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층을 쌓아 올리다 거푸집이 무너지고 그 충격으로 건물이 순차적으로 붕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소 12~18일간의 충분한 양생기간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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