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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처벌법 혼란, 현장 목소리 귀 기울여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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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6 01:17:13 수정 : 2022-01-26 01: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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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무겁지만 기준·대상 모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의·중과실 없으면 면책해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보름째인 25일 구조대원들이 30층 단면부에 쌓인 잔해물을 제거하며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법인에게는 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법 제정의 계기가 된 2018년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씨 사망사고부터 최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에 이르기까지 사업장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를 막아 ‘산재 공화국’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법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처벌은 무겁지만 그 기준과 대상이 모호하고 비현실적인 조항이 많기 때문이다. 예방 의무를 이행하는 적용 주체부터 불명확하다.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형식적인 서류 작업에만 매달린다고 한다. 산업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건설업계 대형 사업장에서는 법 시행일부터 설 연휴까지 작업을 전면 중단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대기업에 초점을 맞춘 법이어서 중소기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기업들은 앞다퉈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안전 전문인력을 채용하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관련 컨설팅이나 노무·법률 상담조차 받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른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이를 완벽히 준수할 수 있다고 누구 하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법 통과 후 1년이 지나도록 손놓고 있던 정부의 대처는 실망스럽다. 중대재해 사건의 1차 수사권을 지닌 고용노동부 등 당국은 처벌에 초점을 두는 듯하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그제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의무를 위반해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 요인을 묵인·방치해 발생하는 사고는 예리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중대재해 수사지원추진단을 가동했고 경찰도 전문수사팀을 확대 편성했다.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 중요하다. 관행적으로 엄벌만 강조하고 예방에 소홀해서는 산업재해를 줄일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기업과 공공기관의 수많은 현장에서 안전 확보 노력에 혼선을 빚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고의·중과실이 없을 경우 면책하는 규정을 명문화하는 등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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