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인간이 되었습니다(박재용, 엠아이디미디어, 1만7000원)=과학저술가이자 커뮤니케이터인 저자가 인간의 진화 과정을 정리한 책. 이야기는 약 1만년 전 문명을 건설한 현생 인류에서 시작해 35억∼38억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루카, 즉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공통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진화는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며 종의 우열을 가리는 버릇은 우리가 인간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인간 중심주의’에 매몰된 탓이라고 지적한다.
네 건의 역사드라마(정진석, 소명출판, 4만3000원)=1904년 영국인 배설(裵說·베델)이 창간한 항일 신문 ‘대한매일신보’를 연구해 온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1907년 무렵 이들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발생한 재판 4건을 소개했다. 저자는 이 재판들에 대해 한국 문제를 둘러싸고 영국과 일본이 어떤 방침을 지니고 있었는가를 보여준 거대한 역사 드라마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억의 기록으로 쓰는 구술사(정연경, 이화여대출판문화원, 3만원)=사람들이 말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인 구술사(口述史) 개론서. 저자는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겸 기록관리교육원장이다. 그는 구술사가 부족하거나 빠진 문헌 자료의 공백을 메우는 도구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술할 수 있는 자료원이 소멸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에릭 와이너, 김승욱 옮김, 어크로스, 1만8000원)=베스트셀러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가 이번엔 신과 종교를 만나러 여행을 떠난다. 자신을 ‘혼란주의자’라고 부르던 저자는 여덟 가지 종교를 추린 뒤 주류와 비주류 종교, 일신교와 다신교, 무신론적 종교를 섭렵한다.
예술, 진리를 훔치다(김동국, 파라북스, 1만8000원)=예술을 사상의 부표로 삼은 철학자들, 이들이 세계를 해석하는 데 통찰을 제공한 예술가들을 짝지어 20세기 예술과 진리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책. 저자는 철학자와 예술가는 진리를 위한 동반자라고 말한다.
감각과 사물(김은성, 갈무리, 2만원)=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를 감각과 사물이라는 코드로 해석하는 책. 저자는 감각학과 물질문화 연구를 전통적 개념의 사회과학과 접목한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집 시멘트 냄새는 계급 불평등을 상징한다. 저자는 감각과 사물이 도덕과 정체성 형성에 개입하며, 인간의 감각적 상호작용이 권력을 생산한다고 주장한다.
심연의 빛(이창재, 아를, 2만원)=프로이트정신분석교육원 원장인 저자가 무의식에 담긴 고통의 흔적을 탐색하고 당당히 마주해 성숙한 인격으로 재탄생하는 과정부터 현대인이 흔히 겪는 정신적·심리적 증상들, 현대정신분석학의 다양한 관점들, 꿈해석과 상징에 이르기까지 정신분석의 핵심 주제 전반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 저자는 내가 인생의 어떤 나이에 처해 있든 바로 현재가 나의 무의식을 대면해 진정한 나를 회복하고 생성해낼 최적의 순간이라고 역설한다.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김학진, 갈매나무, 1만7000원)=사회신경과학자이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간이 이타적 행동을 하는 심리적 동기의 근원에는 타인의 호감이나 인정을 얻고자 하는 ‘보상 추구 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공감과 공정성처럼 인간의 따뜻한 본성이라 여겨온 심리 또한 뇌의 ‘생존 전략’과 연결 지어 설명한다.
아무도 죽지 않은 밤(프랭크 하일리, 권혜림 옮김, 지식서가, 1만6500원)=“의학에서의 영광은, 실패 또는 수많은 흑인에 관한 이야기처럼 사적이고 사소하다. 하지만 숨 막힐 정도로 위대했던 순간들이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로 25년간 일한 저자의 의학 에세이. 응급실은 현대사회의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지만, 동시에 친절과 연민 같은 인간 본성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형석의 인생문답(김형석, 미류책방, 1만6000원)=연세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삶을 관통하는 사유로 우리를 일깨워온 시대의 지성이다. 103세의 나이에도 강연 활동과 방송 출연은 물론 신문 칼럼도 집필하며 ‘영원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철학자인 김 명예교수가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31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의 글들로 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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