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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30통 걸었는데 연결 안돼"…환자도 의료진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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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08 17:23:19 수정 : 2022-02-08 17: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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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확산에 확진자 급증…중증도는 낮아 방역체계 완화
젊은 환자들 "재택치료 아닌 재택방치…악용하는 사람도 많을 것"
자가검사키트 곳곳서 품절…개학 다가와 학부모 '불안'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방역·의료체계가 대거 완화되면서 일선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반영해 정부는 방역체계를 점차 완화하고 있다.

오는 10일부터는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만 건강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젊은 환자들은 스스로 몸 상태를 관리하도록 재택치료 체계가 전환된다.

역학조사는 확진자가 스스로 작성해야 한다. 자가격리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도 폐기됐다.

'중증·사망 최소화'에 중점을 둔 이러한 방역체계에서 경증·무증상 환자나 미확진자는 사실상 '각자도생'해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혼란과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 "이미 방치 상태라 연락도 안 와"…외출 악용 우려도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선에서는 재택치료와 모니터링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황이다.

경기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박지훈(28)씨는 지난 3일까지 재택치료를 했다면서 "이미 방역 시스템이 마비돼 전화도 매일 안 왔고, 공무원들 연락도 안 됐다. 키트가 오는 데도 사흘 걸렸고 방치 수준이었다"고 떠올렸다.

강남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재택치료 중인 김모(28)씨도 "확진 판정 후 보건소에 전화를 30통 이상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며 "재택치료가 아니라 방치된 느낌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오는 10일부터 코로나19 재택치료자를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집중관리군'과 그 외 '일반관리군'으로 나누어 관리하기로 한 가운데 8일 서울 마포구청 재택치료 전담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그는 "뉴스를 보면 정부에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데 관리가 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달 3일부터 재택치료 중이라는 이해인(19)씨는 "생필품 구매를 위한 외출은 허용한다고 하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이렇게 조금씩 느슨하게 하면 앞으로 완전한 자율화를 기대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확산을 막겠다는 건지 (정부 의도를)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정부의 정책에는 환자가 급증하는 단계에서 해야 할 조치와 정점을 지나 감소할 때의 조치가 섞여 있다"며 "지금은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준비할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마치 확진자 관리를 포기하는 듯한 메시지를 주고 있어 국민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혼란스러운 것은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한 보건소 의무팀 관계자는 "방역체계가 매번 갑작스럽게 바뀌니 우리도 언론을 통해 변경 사실을 안다"면서 "다만 치료가 필요한 분들에게 집중하는 방향성은 맞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동네 병·의원도 코로나19 진단검사와 재택치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는데, 현장은 아직 새로운 의료체계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소규모 병·의원들은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문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는 동네 병·의원(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은 전날 오후 9시 기준으로 1천45개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재택치료 관리까지 담당하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재택치료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저녁에 전화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7일 오후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거나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특히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반 재택치료자의 경우 스스로 건강 체크를 하면서 이상이 있으면 동네 병·의원에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요청하거나 외래진료센터 대면 진료를 받게 되는데,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참여하는 병·의원수가 아직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원활한 진료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모니터링 대상을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등 연령 기준으로 정한 탓에 50세 미만 기저질환자, 임신부 등 연령대는 낮지만 고위험군에 속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관리 사각' 우려도 여전하다.

재택치료자들이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외래진료센터도 현재 전국 66곳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박 반장은 젊은 재택치료 환자(일반관리군)들도 방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자체별로 상담센터를 가동하고 외래진료센터도 비수도권 지역에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 자가진단키트 품귀 현상…증상 의심돼도 검사 못 해

신속항원검사용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많아지면서 나타난 키트 품귀 현상은 일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 신속항원검사부터 받도록 하는 새 검사체계가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탓인데, 앞으로는 재택치료시에도 고위험군이 아니면 검사키트 등 치료물품을 제공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구매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일 오전 11시께 찾은 서대문역 인근 한 약국은 눈에 잘 띄도록 카운터 중앙에 자가진단키트 칸을 배치해뒀지만 물건은 없었다.

약사 배모(48)씨는 "며칠 만에 키트 30개가 들어왔는데 벌써 다 나갔다. 거래하는 도매상에 물량도 없다"면서 "이제 아무나 PCR 검사를 못 받으니까 사람들이 불안해서 사재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약국들이 밀집한 종로5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근 약국에 들어가 '자가키트'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약사들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며 "없어요"라고 외쳤다. 인근 약국 16곳 중 단 1곳에서만 키트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약사 김모(68)씨는 "키트가 얼마나 공급되는지 알아보고 새로운 검사체계를 발표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부터 하니 난감해졌다"며 "코로나19 초창기 마스크 대란 현상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온라인 중고거래에서도 키트를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당근마켓 마포구 '동네질문' 코너에는 "25회분 키트 1박스를 공구할 분을 찾는다. 인터넷 최저가가 13만9천원이었는데 지금은 17만원이고 이마저도 품절"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 반장은 "선별진료소나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자가검사키트 수급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파악된다"며 "일반 국민들께서 약국·인터넷에서 구매하는 물량에 한계가 있었는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학 날짜 다가오는데…학부모들도 불안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자녀의 등교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대면 교육은 필요하지만 바뀐 학교 방역체계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은평구 진관동에서 아이 넷을 키우는 구민진(44)씨는 "중학생인 첫째만 백신을 맞은 상황인데 백신 부작용 때문에 접종도 고민"이라며 "솔직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면등교라니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초등학생 학부모 주경숙(46)씨도 "코로나19 초기에는 어떤 반에서 누가 확진됐는지 문자메시지가 왔고 한 명만 확진돼도 원격 수업으로 전환됐는데 요새는 그런 문자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무기한으로 전면등교를 미루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노원구에 살며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김모(31)씨는 "등교 확대 원칙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오미크론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것 같고, 특히 저학년은 고학년과 달리 코로나19 전의 학교를 아예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맞벌이 가정이어서 보육이 어렵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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